인간이로소이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하여

by 오렌지샤벳


화면 속 나무빛 피부의 사내가

나무를 다룬다

재고 긋고 자르고 뚝딱뚝딱

나무를 갈고닦는다

길고 평평하던 나무의 일부는

선을 따라 각졌다가 둥그레진다

손길 몇 번 선 몇 번 그으면

네모는 동그라미가 되고

직선은 곡선이 된다

단단하고 각진 나무토막은

울퉁불퉁 오르락내리락 곡선을 만들며

흐르듯이 부드러이 형체를 완성한다

딱딱한 나무가, 각진 나무가

사람에 의해 손길 따라 형태를 바꾼다

유려히 곡선을 만들고

바퀴도 되고 다리도 됐다가 장식도 된다

몇 번 슥슥 선을 긋고

툭툭 몇 번 기계를 누르고

윙윙 소리 몇 번이면 작품이 된다

손길만으로 눈길만으로

깊이와 거리를 재는

신기에 가까운 예술의 경지

아! 감탄이, 탄성이 저절로 우러나온다

문득, 인간의 삶 곳곳

모든 소유에 머무는 손길들을 떠올린다

홀로 살 수 있다고 떠드는 가벼운 입에

굳은살 박인 손과

나무 가루 뒤집어쓴 얼굴은 묻는다

진정 그러하냐고

정말 그것을 믿냐고

세상이 변해

인간의 손길보다 정확하다는,

값싸고 편리하다는,

기계가 사람의 자리를 꿰찬다 해도

그런 세상이 온다고 해도

사내는 온몸으로 묻는다

나의 어머니, 아버지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들의 삶이 켜켜이 쌓인 세월의 값을 아냐고

뜨거운 피를 따라 전해진

전설 같은 혼의 값은 도대체 얼마냐고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세상에서 땀의 가치는, 세월과 삶의 가치는 과연 얼마일까?


사진출처:pixabay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