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말입니다.
폭설이 내린다는 말에
바짝 긴장했더랍니다
꽁꽁 언 얼음 위로
고양이 대신 지나갈 생각에
마음도 꽁꽁 얼어붙고 있었더랬죠
폭설이 내리기엔
너무도 따뜻한 날씨 때문이었습니다
덕분에 비가 내려 추적추적 사방을 적셨더랬죠
눈이 오기 전 아니, 눈이 온다고 하기 전
소란스러워지기 전에 잡은 약속이었더랬죠
이미 건너간 메시지와 통장을 빠져나간 돈은
족쇄가 돼버렸습니다
질척이는 거리로 나가야 하는 약간의 귀찮음,
약속에 대한 기대
딱, 그 절반의 마음이 오갔더랬죠
결국 추는 기울고
비 오는 거리로 결연히 나섰더랬죠
철벅이며 걷는 걸음마다,
머리를 맞대는 우산마다
부닥침과 수월한 거리 사이
서로의 마음을 가늠하며 걷는 것도
꽤 수고로웠더랬죠
그래도 함께라는 기억을 나누기에는
비가 오는 날도 꽤 쏠쏠해서,
폭설보다는 낫다며
옹기종기 모여 머리를 맞대고,
스치는 손으로 서로를 가늠하며
축축한 날씨가 스민 동화 같은 이야기를
소곤소곤 나누어 먹었더랬죠
이왕 나온 바에야, 이렇게 된 바에야
겨울비 속으로 스며들어 보기로 했더랬죠
겨울비가 내리는 거리를
무작정 질척이며 걷기도 했더랍니다
축축하게 피부를 파고드는 습기와
사방을 적시는 박무가
오소소 어깨와 머리꼭지를 스쳤더랬죠
눈이 올만큼은 안 됐던 날씨가
몸을 휘감고 똬리를 틀더란 말입니다
만남의 설렘과 객기, 이상하고 축축한 날씨의 순간은
길 잃은 방황과 헤맴에 녹다운되고 말았더랬죠
그래서인지 오늘 아침은 유독 무거웠고,
머리는 꽤 묵직했으며,
어깨는 유난히 시리더라 이 말입니다
눈이 올만큼은 안 됐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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