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허리 너머 해 넘어간다.

나 나고 자란 역사를 아는 이들이 하나둘 가는 중

by 오렌지샤벳


아침 일찍 날아든 비보였다.

서둘러 뒷좌석에 내 어머니를 모시고 달려간다.

산과 산을 지나고 산길을 달리고 또 달린다.

험한 산세 탓에 연이어진 터널을 통과하고 다리를 지나,

굽이굽이 이어진 도로를 내달린다.

내 아버지가 나고 자란 곳을 찾아

동쪽으로 돌아간다.



내 아버지가 살아 나이 드셨다면

저런 모습이겠구나 싶었다.

똑 닮은 얼굴로 사촌 오빠의 얼굴대신 올라오는 사진을 바라보곤 했었다.

예전 같지 않은 모습에 걱정이 되던 참이었다.

왜 늘 슬픈 예감은 틀리 질 않는지!

고향에 남아 선산을 지키고,

부모와 형제들의 곁을 지킨

노고를 떠올린다.

덕분에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었다는 사실도 떠올린다.

그곳에서 내 아버지도 만나셨려나?

천륜은 그곳에서도 이어지려나?

이어지는 생각들, 상념에 잠긴다.



연잇는 생각의 터널을 지나듯

줄잇는 터널의 연속!

터널덕에 산 허리를 수월하게도 넘어간다.

허리가 뚫린 산으로 연신 지나가는 자동차의 행렬이 이어진다.

자식들이 부모의 허리를 휘청이고 나는 것처럼,

터널덕에 차들은 손쉽게 고개를 넘고 산을 통과한다.



모든 자식은 부모의 허리를 끊으며 나는지도 모르겠다.

자식이 부모의 젊음과 생기를 갉아먹고 난다는 걸,

나는 너무 늦게 깨달았었다.

죽음조차 치유하지 못했던 상처와 고통이었다.

내 살이 아프고 내 마음이 아려 미처 살피지 못했던,

내 아버지의 상처와 고통이 세월이 흐른 뒤에야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척박하고 고달픈 인생에

자식이란 짐이 더해졌을,

젊은 내 부모의 삶이 안타까웠다.

척박한 곳에 나고 자라 힘겨웠을

내 아버지와 그 형제들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지...

반백이 지나서야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인간 대 인간으로 느끼는 연민.

자식을 위해, 생계를 위해

수없이 허리를 꺾고 숙여야만 했겠지!

그래야만 버틸 수 있는 삶이었을 것이다.



이제 사진을 향해 허리를 숙이고 고개를 떨구며

마지막 인사를 올린다.

맞절을 하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다.

모두 말하지 않아도 아는 슬픔이 입 밖으로 채 나오지 못하고 맴돈다.

그저 손으로, 눈빛으로 마음을 나눌 뿐...

불편한 무릎으로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내 뒤를 지키는

내 어머니의 나이도 일흔을 넘긴 지 오래라는 걸 떠올린다.

내 어릴 적 기억을 간직하고, 힘들던 과거를 나눌 수 있는

나의 집, 나의 고향!

그 고향이 하늘로 돌아가는 날,

나 또한 허리를 숙이고 고개를 떨구며 움츠러들겠지!

나이가 들어도 부모 앞의 자식이란 그런 것 일 테니...

부모를 보낸다는 건 그런 걸 테니...

어느새 해가 진다.

돌아오는 길 산너머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본다.

붉게 아른거리는 해가 깊고 어두운 하늘로 사라져 간다.

해의 붉은 꼬리가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날이다.

별을 떠난 생명은 어디를 향하는 걸까?

궁금함을 뒤로한 채 묵묵히 이별에 머무는 중...


사진출처:pixabay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