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나고 자란 역사를 아는 이들이 하나둘 가는 중
서둘러 뒷좌석에 내 어머니를 모시고 달려간다.
산과 산을 지나고 산길을 달리고 또 달린다.
험한 산세 탓에 연이어진 터널을 통과하고 다리를 지나,
굽이굽이 이어진 도로를 내달린다.
내 아버지가 살아 나이 드셨다면
저런 모습이겠구나 싶었다.
똑 닮은 얼굴로 사촌 오빠의 얼굴대신 올라오는 사진을 바라보곤 했었다.
예전 같지 않은 모습에 걱정이 되던 참이었다.
왜 늘 슬픈 예감은 틀리 질 않는지!
덕분에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었다는 사실도 떠올린다.
그곳에서 내 아버지도 만나셨려나?
천륜은 그곳에서도 이어지려나?
이어지는 생각들, 상념에 잠긴다.
터널덕에 산 허리를 수월하게도 넘어간다.
허리가 뚫린 산으로 연신 지나가는 자동차의 행렬이 이어진다.
모든 자식은 부모의 허리를 끊으며 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너무 늦게 깨달았었다.
죽음조차 치유하지 못했던 상처와 고통이었다.
내 살이 아프고 내 마음이 아려 미처 살피지 못했던,
내 아버지의 상처와 고통이 세월이 흐른 뒤에야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척박한 곳에 나고 자라 힘겨웠을
내 아버지와 그 형제들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지...
반백이 지나서야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 사진을 향해 허리를 숙이고 고개를 떨구며
마지막 인사를 올린다.
맞절을 하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다.
모두 말하지 않아도 아는 슬픔이 입 밖으로 채 나오지 못하고 맴돈다.
그저 손으로, 눈빛으로 마음을 나눌 뿐...
불편한 무릎으로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내 뒤를 지키는
내 어머니의 나이도 일흔을 넘긴 지 오래라는 걸 떠올린다.
나이가 들어도 부모 앞의 자식이란 그런 것 일 테니...
부모를 보낸다는 건 그런 걸 테니...
돌아오는 길 산너머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본다.
별을 떠난 생명은 어디를 향하는 걸까?
궁금함을 뒤로한 채 묵묵히 이별에 머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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