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더 예뻤다

그러면 어떻고 저러면 또 어떤가?

by 오렌지샤벳



길가에 난 붉은 나무 한 그루가 유독 시선을 끈다.

삭막한 겨울, 서늘한 공기 속 유난히 붉은 선명함이 나를 홀린다.

계절을 오롯이 받아낸 작은 나무 한 그루의 속삼임과

자연 그대로 길 위를 지키는 처연한 몸부림!

추위에 얼어붙거나, 바람에 휩쓸리는

그 모습 그대로 버텨내는 삶이 발길을 붙든다.


헝클어진 모습과 말라비틀어진 모양새가 척박한 길 위의 삶을 대변한다.

예쁘기만 하기에는, 깎아 논 듯 반듯하기에는 길 위는 험난한 까닭이었으리라.

우리 모두는 안다.

어제 더 예뻤으리라는 걸,

물론 그제는 더 싱그러웠을 거란 걸...



길 위의 삶에서 어제와 오늘은

생각보다 크게 다른 게 아닐지 모른다.

길 위의 생명은 온실에서 나 때 모르고 나는 삶과는 달라,

봄이 오면 겨울이 올 것을 당연히 떠올린다.

계절이 지나 끝내 겨울도 올 것을 알기 때문에

하루상간의 ‘피고 짐’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잠시잠깐 펴서 꽃집마다, 상회로 자리를 옮기는 것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낸다.

어제 피기 시작한 꽃은

내일도, 모레도 제자리를 지킬 것이다.

피어난 꽃이 제 몫을 다할 때까지,

말라비틀어지거나 바닥으로 추락하는 것 까지도

모두 감당해 낸다.



감당해 낸 모든 것은 자연을 자연스럽게 한다.

자유롭게 피고 지는 자연의 시간과 순리는 ‘인위적인 것’을 거부한다.

길 위만의 생기와 자연스러움!

길 위에 난 생명은 못생기면 못생긴 대로,

덜 자라면 덜 자란 대로,

풍경이 되고 삶이 된다.

어제 좀 덜 폈어도, 내일 좀 미워져도 괜찮다.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생 날것이라 눈부시고, 고귀한 자태를 보자.

욕심껏 꺾어가는 손길과 무자비하게 훑고 가는 기계만 아니라면,

생긴 그대로 자신의 자리와 몫을 지켜낸다.

그게 자연이고 생생한 삶인 까닭이다.


온실에서 나는 것은 목적을 갖고 자란다.

예뻐야만 하고, 달고 맛있어야만 선택받을 수 있다.

자연스러움은 거부당한다.

기준에 맞지 않는 것들은 도태된다.

자연을 인위적인 잣대로 재고 자른 결과는 생명이 아닌 상품이 된다.

최적의 환경을 조건으로 생명의 자유는 박탈당한다.

가장 눈부신 순간은 박제당한다.



물론, 자유로운 길 위의 삶도 여의치는 않다.

적당한 온도와 습기, 바람의 세기 속에 사는 삶과는 다르다.

뜨거운 태양도 혹한의 겨울을 버텨내야 하고,

모든 시련과 난관에도 꿋꿋이 살아내야만 한다.

돌보는 이 없이 스스로 모든 것을 감당해 내야 살 수 있는 삶!

어제 더 예뻤어도, 내일 덜 예뻐도 모두 괜찮은 이유다.

살아내는 모든 순간이 눈부신 이유다.

무엇도 공짜로 되는 게 없는 길 위의 방식은 모든 순간을 고귀하게 한다.

두 번 다시없을, 한 번도 같을 수없는,

지금 이 순간의 미학!



인간의 눈으로 보면 어제 더 아름다웠을 수도, 더 싱그러웠을지도 모른다.

오늘 유난히 초라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어떤가? 그대로도 괜찮지 않은가?

여전히 붉고 빛나고 아름다운데...

여전히 눈부신데!


조금 더 익었고, 좀 더 짙어졌으니

이 또한 아름답지 않은가?

세월과 시간에 좀 더 깊어지지 않았나?

싱그러움 대신 깊어졌으니, 괜찮지 않은가?


길 위에선 무엇하나 특별하지 않은 게 없다는 걸, 나는 또 자연에게 배운다.

시들어 말라가는 것조차

생명의 연속이며, 변주인 것을 깨닫는다.

그 경이로움에 감사와 감탄을 수줍게 보낸다.

늙고 나이 드는 것이 서럽던

속 좁은 인간이라서,

피고 지는 모든 것들에 겸연쩍은 미소를 보낸다.


인간 또한 어제 더 젊고

내일 더 나이 드는 것이 별 것 아님을 떠올린다.

긴 세월 속 찰나일 뿐이라는 것도,

현재가 눈부시다는 것도 함께 떠올린다.

햇볕이 좋아 모든 것이

선명한 이 별의 겨울낮 한가운데서...


사진출처:개인소장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