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비교

만나면 좋은 가족이 참 어렵죠?

by 오렌지샤벳


명절비교! 종교는 아니다.

단지 사람과 사람사이에 오래된 '악습'같은 것이다.

명절을 맞아 오래간만에 모인 반가운 얼굴마저 구겨버리는

‘트리거(trigger)’가 되기도 한다.

반가움은 반감이 되고, 호의는 의도로 변질된다.

님이 남이 되기도, 가족이 남보다 못하게도 된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이 전통은

제사만큼이나 세대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세대가 다르다.’는 것은 살아온 방식의 차이기도 하다.

간단히 말해 , 서로 다른 세상을 산 것과 비슷하다는 말이다.

보이지 않는 뚜렷한 차이가 존재하고,

이해심만으론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

다름을 인정해야만 하는 이유가 생긴다.

함께 살기 위해 서로를 존중해야만 하는 까닭이 된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엄연히 존재하는 다름과 경계는

우리나라에선 쉽게 잊힌다.

전통적 가치관과 관계중심의 사회적 분위는

‘선을 넘어도 된다.’는 허용을 낳는다.

관심이라는 이름으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가치와 신념 그리고 경계는 무너진다.


무너진 경계는 사람을 당연히 불편하게 한다.

자신의 울타리 안으로

불쑥 들어온 침입자가 반가울 리 만무다.

관계의 피로도는 수직상승한다.



사회적 관계에서의 ‘넘나듦’으로 지친 우리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다시 똑같은 상황을 마주한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가족이라서 더!

평소의 ‘불편과 부당’을 감내한 사람들에게

명절이 반갑지 않아 지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어릴 적 아무 생각 없이 웃고, 떠들던 관계는

사회적 위치와 개인의 영역이 생기며 변화를 맞는다.

당연한 일이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너나없이 지내던 때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가족이란 유대는 끊기 어려운 관계다.

세월이 흐르고 각자의 상황이 변했어도,

한 부모아래 자란 핏줄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오랜 시간 함께한 시간과 기억의 무게도 만만치 않다.

명절이 되면, 무슨 일이 생기면

열일 제치고 힘을 보태고, 머리를 맞대는 이유다.


그러나 오래간만에 보는 얼굴에 대한 반가움,

어릴 적 기억을 소환한 말랑한 마음에 비수가 꽂힌다.

별생각 없이 던지는 말 한마디,

아무렇게나 발생하는 ‘비교’는

모이려던 자리를 떠나는 자리로 만든다.

함께하려던 기대는 상처가 된다.




‘명절의 비교’는 자연스레 차별과 차등이 된다.

어릴 적보다 커진 거리는 그 간극을 더 벌리고,

다 자란 어른을 유치하게 한다.

비교당하는 쪽도, 칭찬받는 쪽도 누구 하나 체기가 가라앉질 않는다.

밥은 돌이 되고, 입안은 까끌거린다.

칭찬에 입이 말라도

듣는 이 모두가 입이 바짝바짝 마르는 건 마찬가지다.

잘했다는 비교도, 못했다는 비교도 반갑지 않다.



솔직히 말해 나는 비교당하는 쪽은 아니다.

나의 이 글이 긁힌 자존심과 자존감에 대한 울분은 아니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내게 명절이 즐거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비교 때문은 아니었다.

평화가 허락되지 않는 분위기 탓이었다.


독립해 가정을 이루고 살지만,

누구나 그렇듯 명절이 즐겁기에 삶은 고단하다.

고단한 명절에 비교와 불편한 마음까지 꼭 얹어야만 할까?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못나면 못난 대로 서로를 보아낼 순 없을까?

기억을 더듬어 보자!

별로 잘난 것 없이도, 가진 것 없이도

서로의 존재만으로 괜찮았던 때가

한 번이라도 있지 않았을까?



나는 누구를 탓하고 손가락질하고 싶진 않다.

그저 명절이 조금 더 명절 답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오랜만에 만난 얼굴들에

행복하진 못해도 편안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어느 가정이나 각자의 사연은 있다.

명절이어도 만날 수 없는 가정도,

남보다 못해 안 보는 게 더 나은 가정도...

그러니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할 수 있기를,

편안할 수 있기를 소원한다.



비교와 차별로 다치고 고립된 마음은 눈과 귀를 가린다.

아무리 아끼고 사랑한다고 말해도 소용이 없다.

아끼는 이들이 다친 마음으로, 자신 안에 갇히길 원하는가?

고립되길 원하는가?

‘비교’로 사랑하는 이들을 병들게 하지 말자!



그러니, 님아 제발 그 말씀만은 넣어두시길...

눈 한 번, 질끈 감아주시길...

없는 말도 좀 해주시길!

부디 명절이 명절 다워지기를 바란다.

때마다 찾아오는 명절을 기다리며 오늘도 이별에 잠시 머무는 중이다.


사진출처: pixabay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