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시상詩想이다
꽃송이가 온 나무를 뽀얗게 덮으면 야속했으려나,
나무마다 열리는 이밥이 야속했으려나
내 부모 배곯던 그 시절
그 부모의 부모가 배곯던 시절
나무마다 소복이 쌓인 이밥이 보기 싫었으려나
꽃향기 참 진하기도 하다.
남편과 간만의 휴일 공원길을 걸었다.
네 잎 클로버 헌터인 우리 부부는 채 몇 걸음 떼지도 못하고 멈춰 서기를 반복하며 더딘 걸음을 걷고 있었다.
코끝을 자극하는 향기에 고개 들어보니 나무마다 하얀 꽃들이 소복이 얹어져 있었다.
초록 잎보다 더 많은 새하얗게 이쁜 꽃들이 나무를 뒤덮고 있었다.
이제 이팝나무가 피는 계절이구나! 벌써 그렇게 됐구나!
예년보다 조금 빨라진 계절이 조금 걱정되면서도, 그래도 지금 핀 꽃들도, 향기도 참 좋아서 금세 잊고 나무를 올려다보았다.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 하나
쌀 모양을 닮아 이팝나무라던데 내 부모,내 부모의 부모는 가난하고 배고프던 그 시절 저 이팝나무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배곯고 힘든 시절에도 저 꽃이 지금처럼 예뻤으려나?’ 싶은 의문과 생각이 문득 들었다. 향까지 진하니 더 부아가 나진 않았으려나, 내가 참 좋은 시절에 저 꽃을 보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자기가 아는 만큼만 세상을 본다는데 그때의 그분들에게도 저 꽃이 그저 예쁜 꽃만으로 보였기를!
배곯고 힘든 삶에도 한 번씩 살만했었기를…. 그랬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