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나 그냥은 없다
까닭 없이 똑똑 끊어 가는 목숨
피가 흐르고 울부짖어야만 생명인 줄 안다.
척박한 땅 뿌리내리고, 반겨주는 이 알아주는 이 없이
세상 풍파 맞아내는 목숨도 생명인데
부산스럽게 흔들흔들 눈길 빼앗는 목숨만 목숨인 줄 안다.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다,
짓밟혀도 그만 베어버려도 그만
누구 하나 알아주는 이, 울어주는 이 없이 태어난 목숨이라
목숨값 더 애달프고 아리다.
냉가슴만 시리게 앓는다.
저 하늘이 바람이 알아주려나?
나부끼는 세월, 속으로 속으로만 곪는다.
질기고 질기다고, 해도 해도 끝이 없다고 한다. 질긴 목숨 탓만 한다.
할 줄 아는 게 나고 자라는 것뿐이라
이왕 태어난 목숨 꽃도 피우고 자리도 잡아보려는데,
고개만 쳐들면 베어 나간다, 기지개만 켜도 잘려 나간다.
환영받지 못하는 목숨, 널브러진 더미 위로
쓸데없이 햇살만 쨍쨍하다.
흔적조차 남김없이 바짝바짝 잘도 마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