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나무

모든 순간이 시상詩想이다.

by 오렌지샤벳

삐걱되는 몸뚱이 스러지면

초췌한 영혼

숨통 트여 날개 단다.

조용한 고요 속을,

밤바다를, 밤하늘을,

날고 날아 유랑한다.


별도 달도 꿈도 따서,

알알이 주렁주렁

설익어 떫고 신 것,

설탕보다 다디단 것,

각양각색 열매들을

모다 모아 수확한다.


감나무도 하나 걸어두고

토끼는 쿵덕쿵덕!

영감나무 익으면은

너도 먹고 나도 먹고,

못다 먹은 영감(靈感),

백조 줄까? 여우 줄까?


오늘부터 밤하늘에

별자리 하나 더 매단다.

포도나무, 영감나무

매일 밤 바라보며

영감 열매 달아야지,

생각 송이 달아야지!


하얀 돛배 그득그득

알알이 영근 관념

으쓱대며 끌고 온다.

생각 송이, 영감 열매

모두 모다 엮으면은

쿵더쿵쿵더쿵 잘도 짓는다. 이야기.


불면의 고통도,

생의 아픔도, 시련도,

익으면은

시가 되나? 글이 되나?

삶은,

시인가? 글인가? 예술인가?



온종일 고된 몸을 누이면은 생각보다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몸에 갇혔던 갑갑한 영혼은 자유를 만끽하며 여기저기 안 가는 구석 없이 들쑤신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 꼬리를 물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이야기꽃이 머릿속에 핀다.

이제 생각들은 고통이 아닌 선물이다.

밤은 이내 창작의 시간이 된다.

멀리서 보면 어느 인생이나 좋아 보인다고, 내 인생도 시가 되고 글이 돼서 자유를 얻는다.

인간이 자기 삶을 예술에 담는 이유가 아마도 이 때문이 아닐까 혼자 생각해 본다.

표현하지 않으면, 분출하지 않으면 참을 수 없는 본능적 욕구와 비슷한 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살기 위해 버티기 위해, 먼 옛날에도 사람들은 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