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나 시상이나
한 번은 목도했어야 할
소녀가 있었다.
살기 위해 도망쳐야 했던
그 소녀를 나는 만나야 했다.
폭우가 쏟아져도
맨발이어도
옷이 커서 땅에 끌려도 상관없는
살아야 했던 그 소녀
한 번도 받지 못한 위로를
내가 해주려고
기계에게 부탁한다.
그 소녀를 만나게 해달라고
그건 옳지 않단다.
우산을 쓰던
장화를 신던
누구랑 함께 있던 하란다.
치유받고 싶다고
한 번은 목도하고 싶다고
보내야만 한다고 부탁한다.
기계도 마음이 있는지
소녀를 내게 보내준다.
이제는 그녀를 보낸다.
밝디 밝은 주황색 우비로 무장하고
예쁜 샛노란 우산으로 비도 막고
멍한 눈빛 처연히 바라보던 그 얼굴
해사한 웃음 지닌 소녀는
이런 삶도 있다고, 살아냈다고
이제 다 괜찮다고 부러 더 해사하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