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따리

세상이나 시상이나

by 오렌지샤벳

마음을 닮아

닳아빠진 모서리,

너덜거리는 보따리

꼭꼭 싸맸던 끈 풀어

주섬주섬 담는다.


미련도, 간극도, 마음도

날카롭고 못생긴 것들만

살뜰히 골라 담아

울퉁불퉁 삐뚤빼뚤

못난 짐 덩어리


떠돌던 영혼

뉠 곳도,

다리 필 곳도 마땅찮아

모로 누워 자는 쪽잠 대신

싸맨다. 보따리


짐보따리 짊어질 날 오면

묶인 끈 컴퍼스 삼아 그려대던 원

끊어 내리라. 떠나가리라.

덕지덕지 녹슨 세월 떨쳐내고,

다닥다닥 붙은 찌꺼기 털어내고,


내 있던 자리 꽃피고 날씨 좋은 날 골라

순풍 달고 배 띄우고 훨훨 날면

바다 위 제자리 찾은 몸

이 한 몸 누일 자리

딱 그만큼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