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나 시상이나
마저 져보지 못한
끝까지 가보지 못한
피어남 혹은 탄생 그 처연하고 아름다운
생명을 보낸다.
꽁꽁 감싸 숨겨뒀던 두꺼운 껍데기
기어이 뚫고 나오느라 야들야들한 꽃잎들,
피움과 동시에 내린 비는
축복이었다.
아직 못다 펴 여리디 여린,
채 붉어지지 못한 꽃잎
깨부숴진 봉오리 벗겨진 상처 속에
기어이 피고만 꽃송이,
내리는 비는 축복이었겠지.
알기나 했으려나
무엇도 예측할 수 없는 길 위에 난
아무나 다니는 거리에 난
제 운명의 가혹함을
너무 쉬운 자리 너무나 쉬운 꽃은
비를 맞아 지나치게 아름다웠다는 걸.
눈을 빼앗고 마음을 빼앗아
훔치듯이 사라질 운명이 될 것을
채 못다 핀 꽃송이 애절한 절규가
빗소리에 묻힌다.
어디를 떠돌며 제 뿌리를 찾아 헤매려나
아름다워서 눈부시므로 스러져 가야 했던
그런 연유로 뜯겨나갔을 생명
못다 폈을 기대와 희망
못다 핀 꽃 한 송이
그 텅 빈 곳 그 적막에 애도를
그 순진하던 눈망울에 작별을
그 찬란하던 찰나를 기억하는
애도사
아름다움이 재앙이 되는 시대는
끝난 줄 알았는데,
여전히 세상은 더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