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취향은 SM_2

by 하루살이

그의 취향은 SM_2


미리 밝혀두자면 나는 18센치남을 한 번 만났다. 만남은 여러 차례의 만남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단 한번이 마지막이 되었다. 그가 의도한대로 폰섹스를 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프로필 사진과 목소리는 너무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는 챗어플의 고인물답게 바로 만날 약속을 잡았다. 마치 만나지 않을 사람에게 쓸 시간따위는 없다는 것처럼 만남 약속을 잡는 것이 아주 중요해 보였다. 대망의 만남은 우리가 첫 통화를 하고 일주일 뒤의 금요일이었다. 만남까지의 공백 시간인 일주일동안 그는 매우 성실하게 연락을 해주었고 거의 매일 통화를 했다. 내가 폰섹스를 거부했기 때문에 서로의 일상 얘기가 주된 대화 소재였고 당시 운동에 재미를 붙였던 터라 운동에 관련한 대화도 많이 나누었다.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게 된다면 정이 드는 쪽은 항상 여자일까? 매일 밤 한 시간씩 서로의 하루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침에 눈을 뜨면 채팅을 하고 그렇게 일주일 동안 연인이 할 법한 연락을 유지하며 친밀도를 쌓았다.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된 것은 당연했고, 하루 하루 그가 더 궁금해졌다. 그러다 하루는 통화를 할 수 없다고 했던 날이 있었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 날이 그가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는 날이었던 것 같다.


챗어플은 사용자의 모든 정보를 지어낼 수 있기 때문에 완벽한 부캐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그래서인지 기혼도 많았고 애인이 있는 사용자들도 많았다. 심지어는 떳떳하게 밝히고 접근하는 사람도 있다. 절망적인 사실은 어플이 주는 신선한 자극에 빠져있는 순간에는 이런 당연한 사실을 깨닫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단 친밀감이 쌓이고 나면 상대방이 나에게 제공하는 정보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믿어버리게 된다.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믿고 싶은 것만을 믿기 때문에 실수를 반복하게 되는 것 같다. 18센치남은 물고기남보다 더 빠르고 깊게 나의 일상에 침투했다.


그는 당연히 내게 여자친구가 없다고 했고, 나와 오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내가 전송한 사진이 실물과 비슷하다면 본인은 너무 만족스럽다며 다른 사람을 찾을 이유가 없다고도 덧붙였다. 나는 내가 특별해졌다고 생각했던 걸까?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에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아무튼 혼자 마음을 마음껏 증폭시킨 순진한 나는 그를 만날 생각에 매우 들떠 있었다. 떨리는 마음은 목요일 저녁부터 시작되었고 금요일이 되자 어떤 옷을 입을지 화장은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했고 최대한 예뻐보이고 싶었다.


그는 나에게 노브라에 레깅스를 입고 와달라고 했고 나는 사람 구실은 해야한다며 거절했다. 물론 레깅스를 가방에 챙기긴 했다. 레깅스를 입어주는 것은 뭐 사실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 그는 삼십분 정도 늦을 것 같다며 나에게 먼저 들어가 있으라고 했다. 모든 어플남들은 도대체 왜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건지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지만 아마도 여자에게 대실이든 숙박이든 결제를 유도하려는 방법으로 생각된다. 돈이 아까운건지 성폭행 관련으로 고소를 당할까 몸을 사리는 건지 모르겠지만 18센치남을 너무도 보고싶었던 나는 순순히 내 돈으로 대실을 결제했다.


문을 열고 들어온 그는 사진과는 조금 다르게 생겼지만 사진처럼 몸이 좋았고 더 어려보였다. 구라남과는 다른 방식으로 충격이었던 18센치남의 외모에 나는 할 말을 잃었고 뚝딱거렸다. 그는 자연스럽게 침대에 누워 나를 리드하려고 했고 너무 어려보이는 그의 외모에 나는 도무지 흥이 나지 않았다. 10살은 어려보이는 마치 이십대 초반처럼 보이는 그의 얼굴에 키스를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의 물건은 자신감을 가질만큼 크고 굵었다. 정말로 족히 18센치는 될 것 같았다. 어린 그의 얼굴을 보니 이러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 나는 삽입은 도저히 안되겠다고 그를 거부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고추로 내 얼굴을 때려댔으며 양 볼을 몇 번씩 때리다가 입에도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다. 그 무엇도 나를 흥분시킬 수는 없었다. 그가 너무 어려보였기 때문에…


도대체 왜 삽입은 안되냐는 그를 간신히 달래고 애무만 가득한 시간을 보내고 대실 시간이 끝났다. 서로 잘 들어가라는 인사치레의 연락을 주고 받고 그를 차단했다. 분명 연락만 하며 지내는 일주일 동안은 그가 나의 애인이 된 것처럼 가까운 기분이었는데 실제로 그를 만나고 나니 대화 한번 해 본 적 없는 사람처럼 그가 낯설게 느껴졌다.


인간의 상상력은 너무나 개인적인 감각이다. 나는 그의 사진으로 그를 멋대로 상상했고, 나의 상상보다 어린 그의 실물을 보고 마치 다른 사람을 만난 것 처럼 낯설게 느꼈던 것이다. 오히려 사진보다 실물이 더 좋은 편에 속했음에도 다른 사람 같았다. 그러나 그는 거짓말하지 않았다. 정말로 그의 물건은 18센치가 맞아보였고 많은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을 만한 형태와 크기임에 틀림없었다. 어쩌면 내 인생에 두 번 다시 그렇게 크고 굵은 고추는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물론 삽입하지 않았으니까 그것을 제대로 경험해본 것은 아니지. 당연히 그와 연락하던 챗어플의 아이디도 삭제했고 새로 가입했다.


그러자 그가 또 말을 걸어왔다. 당연히 나인지 모르고. 나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큰거 좋아하냐고 물어왔고, 나도 새로운 사람처럼 대답해줬다. 그러자 이번에 그는 더 저돌적으로 강하게 하는 것 좋아하냐고 물었다. 고추로 내 얼굴을 때렸을 때 조금 짐작했지만 그는 역시 성향자였던 것이다. 강하게 하는게 어느 정도냐고 물어봤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놀라웠다.


18센치남은 오래 사귄 여자친구가 있었고 여자친구와는 평범한 섹스만 하기 때문에 자신의 성향에 맞는 섹스를 하고 싶어서 어플에서 사람을 찾고 있다고 했다. 여자가 목줄을 차고 네 발로 기면서 자신에게 주인님이라고 불러주길 원한다고 했고 양 쪽 유두에 집개를 착용하길 바란다고 했다. 오마이갓… 순간 나는 그를 차단한 과거의 나에게 고마웠고 이런 성향을 감쪽같이 숨긴 그가 무섭기까지 했다. 그리고 낯선 사람과 한 침대에 눕는다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구나 하는 것도.


성향자라는 자체가 그를 멀리한 이유는 아니었다. 오히려 성향이 서로 맞는다면 그것만큼 즐거운 섹스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부디 유두에 집개를 달아줄 수 파트너를 찾았기를 바라며…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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