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공주 이야기
우리 집에는 공주가 한 명 산다.
바로 나다.
몇 해 전, 주호가 다섯 살이던 때였다. 형아 친구들 모임에 함께 갔는데, 그 자리에서 주호가 씩씩하게 외쳤다.
“우리 엄마는 우리 집에서 공주예요!”
순간 분위기가 화사해졌고, 다른 엄마들이
“어머, 너무 좋겠다~”라며 부러워했다.
나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얘네가 공주 뜻을 좀 잘못 알고 있거든요.”
“주호야, 공주가 뭐 하는 사람이야?” 하고 물었더니,
우리 주호는 아주 당당하게 대답했다.
“공주는 우리 집에서 밥 만들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사람이에요~ 우리 엄마요!”
해맑은 얼굴로 그렇게 말하는데,
옆에 있던 엄마들은 배꼽을 잡고 웃었고,
눈물까지 닦을 정도였다.
나도 덩달아 웃음이 터졌다.
그 이후로 굳이 ‘공주’의 뜻을 바로잡아주지는 않았다.
단어의 정의야 뭐가 중요하겠는가.
아이의 마음속에서 나는 ‘우리 집 공주’니까.
그 한마디로, 그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지금도 가끔 그 말이 생각날 때면 마음이 말랑해진다.
나는 오늘도 우리 집 공주로 살고 있다.
밥 만들고, 청소하고, 빨래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