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서 움직일 수 없을 때, 둘째가 집안을 접수했다.

작은 대장이 내 마음을 다 낫게 했다

by 아들넷엄마

갑자기 급체가 와서 하루 종일 몸이 말을 안 들었다.

하필이면 신랑도 늦게 오는 날, 신욱이도 학원에서 늦게 오는 날이었다.

거실에는 꼬맹이 셋만 남았다.


그런데 뜻밖의 장면이 펼쳐졌다.

평소엔 마냥 개구쟁이인 둘째 주호가 그날만큼은 집안의 대장이 되었다.


“윤찬아, 우찬아! 오늘은 형아랑 물놀이하자.

엄마 아프시니까 형아가 놀아줄게.”


그러더니 찬둥이 둘을 척척 옷 벗기고 욕실로 데려갔다.

머리까지 감겨주며 신이 난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부터 머리를 감겠습니다. 고개 뒤로 실시!”

“우찬 고객님, 비누 거품 나갑니다~”


욕실 안은 어느새 놀이동산이 되었다.

나는 소파에 누운 채로 그 소리를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던 중, 비상사태가 터졌다.

비누물이 우찬이 눈에 들어간 것이다.


“아가, 괜찮아! 형아가 금방 씻어줄게.”

“눈 감고, 코 막고, 입 다물어!”


샤워기 물줄기 소리가 들렸다.

다행히 우찬이는 울지도 않고 씩씩하게 형아 손길을 받아냈다.

그 순간, ‘우리 주호가 이렇게 든든할 줄이야’ 하는 생각에 마음이 벅차올랐다.


저녁은 치킨으로 해결했다.

치킨이 도착하자마자 현관문을 열고 가져오더니,

세팅까지 척척 해놓고 동생들 앞접시에 한 조각씩 덜어주는 주호.

세 꼬맹이가 옹기종기 모여 치킨을 뜯는 모습을 바라보니

아픈 몸은 그대로였지만 마음은 이미 회복된 기분이었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 것보다 네 명을 키우는 건

시간과 에너지가 몇 배는 더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순간을 마주하면,

힘듦은 사라지고 백배, 천배의 뿌듯함이 남는다.


언젠가 아이들이 다 커서 각자 자기 길을 가더라도

오늘의 이 장면은 내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어느새 동생들을 돌보는 법을 배운 주호,

형아 손길에 의지하며 씩씩하게 웃던 찬둥이들.


육아는 매일이 전쟁 같지만,

이런 순간이 있기에 나는 내일도 다시 힘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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