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대신 러닝화를 신었다
솔직히 처음부터 아이에게 뭔가 보여주고 싶어서 시작한 건 아니었다.
교육적인 목적? 없다.
그냥… 공복 유산소가 다이어트에 좋다고 하길래
살 빼고 싶어서, 나를 위해,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혼자 뛰기 시작했을 뿐이다.
아직 어두운 새벽 공기 속에서
이어폰 끼고 달리는 그 시간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서도
몸 안에 쌓였던 뭔가가 땀으로 빠져나가는 기분.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런데 그런 나를 며칠 지켜보던
사춘기 초6 아들이 어느 날 말했다.
“엄마, 저도 내일 깨워 주세요.”
(이 녀석은 평소에도 깨우면 바로 일어나는 성격이긴 하다.)
그래도 속으로 조금 놀랐다.
‘진짜 따라 나온다고?’
다음 날 아침, 정말로 일어나
조용히 러닝화를 꿰는 아들을 보며
뭔가 찡했다.
같이 달렸다.
“어때?” 하고 물으니
“힘들긴 한데… 땀 흘리니까 시원해요.”
그리고 내가
“너 잘 뛰더라~”
칭찬 한 마디 하자
“그럼 저 또 할래요.”
입꼬리를 씩 올리며 그렇게 대답했다.
역시… 우리 아들은 칭찬에 너무 약하다.
칭찬 한 숟갈에
3주 연속 주말 새벽 러닝에 성공했다.
하지만 방학이 시작되자,
다시 아들은 아침이 아닌 점심쯤 엄마를 부른다.
“엄마~ 배고파요~ 뭐 먹을 거 없어요?”
주말 한정 러닝 파트너는
그렇게 또 현실의 방학 모드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새벽에 뛴다.)
아이에게 “운동해라”, “부지런해져라”
말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먼저 뛰었을 뿐이다.
잠시지만 아이가 나를 따라준 그 시간들이
내겐 꽤 긴 울림으로 남는다.
말은 안 했는데, 아이는 보고 있었다.
잔소리보다 강한 건, 보여주는 힘이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뛴다.
언젠가 다시,
그 작은 러닝화 끈을 묶으며
“엄마, 저도 갈게요.”
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