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초코가 부른 데이트
요즘 우리 큰아들 신욱이는
엄마보다 친구가 더 좋은 나이가 되었다.
외식하자고 해도, 맛있는 걸 사준다고 해도
카페 가자고 해도 시큰둥하다.
딱 초6, 세상의 중심이 ‘친구’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시기.
그래서였을까.
어젯밤, 신욱이가 불쑥 말했다.
“엄마, 내일 카페 같이 갈래요?”
순간 심장이 콩 하고 내려앉았다.
겉으로는 “그래, 그래” 하며 쿨하게 대답했지만
속으론 밤새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무슨 고민이 생긴 걸까?
나와 단둘이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나?
혹시 친구 관계에 무슨 일이 있었나…
엄마의 마음은 늘 이렇게 상상과 걱정으로 빠르게 달린다.
그러나 다음 날 밝혀진 진실은,
내 상상 속 그 어떤 서사보다 훨씬 단순했다.
“엄마, 전 아이스초코 제일 큰 거요!
휘핑크림 가득 올려서요!! “
그냥… 그거 먹고 싶어서 나를 부른 것이었다.
그 단순함에 허탈해서 웃음이 났다.
그래도 그런 마음이 참 귀여웠다.
신욱이는 여전히 아이였고,
나는 한밤의 괜한 상상 속에서
잠시 청소년 상담사가 되어 있었다.
아무려나, 이 귀한 초대장을 놓칠 수는 없었다.
요즘은 ‘엄마랑 가자’는 말 한마디도
언젠가 사라져 버릴지 모르는 순간이니까.
스벅에서 아이초코를 사주고,
나는 은근히 그럴싸하게 그를 꼬셔
인생 네 컷 한 장을 건졌다.
사진 속 신욱이는 좀 민망한 표정이었고
나는 도무지 감출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짧고 단순한 외출이었지만
내 마음 한쪽이 몽글몽글 따뜻해졌다.
육아는 이렇게 별것 아닌 순간이
나를 하루 종일 행복하게 만든다.
아이의 단순함이
엄마에겐 깊은 이유가 되기도 한다.
조금은 허탈하고, 많이 웃기고,
그럼에도 참 고마운 하루였다.
오늘도, 아이와 함께
나도 조금 자라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