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심 있는 아이를 키우며 든 생각
둘째는 이상하게 마음이 놓이는 아이입니다.
개학 전날,
“가방 챙겼어?” 묻기도 전에
혼자 책가방을 다 싸두었습니다.
학교에 다녀오더니 빠진 준비물이 있다며
혼자 문방구에 다녀와 조용히 가방에 넣어둡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아이는 자기 하루를 스스로 준비합니다.
형과도 잘 지내고,
쌍둥이 동생들과도 잘 놉니다.
놀이터에서는 동생들을 데리고 다니며
피리 부는 아이처럼 분위기를 이끕니다.
앞에 나서서 손을 번쩍 드는 성격은 아니지만
모두가 발표해야 하는 순간에는 또박또박 자기 몫을 해냅니다.
작년에 전학을 왔지만
금세 친구들과 가까워졌고
새로운 환경에서도 크게 불편해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나는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주호는 걱정이 안 돼.”
형제 많은 집에서의 둘째 육아는
의외로 조용합니다.
스스로 잘 해내고,
눈치도 빠르고,
자기 역할을 알아서 챙깁니다.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겨울방학부터 연산을 꾸준히 풀고,
좋아하는 과학 수업은 또 하고 싶다며 직접 신청합니다.
실험과학, 생명과학, 창의 활동을 즐기는 아이.
자립심 있는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
참 든든합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걱정이 없다는 이유로
내가 이 아이를 덜 들여다보고 있는 건 아닐까.
괜찮아 보이는 아이일수록
우리는 안심하고 한 발 물러섭니다.
잘 해내니까.
스스로 하니까.
하지만 든든한 아이도
기대고 싶은 날이 분명 있을 겁니다.
그래서 오늘은 일부러 말해보았습니다.
“엄마는 네가 믿음직해서 고마워.
그래도 힘들면 꼭 말해줘.”
걱정 없는 둘째를 키우는 일은
편안함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마움과, 아주 작은 미안함이 함께합니다.
그리고 나는
이 아이를 키우며 또 한 번 배웁니다.
잘 자라고 있는 아이를 믿어주는 것.
그리고 괜찮아 보이는 아이도 놓치지 않는 것.
형제 많은 집에서의 육아는
아이를 키우는 시간인 동시에
엄마를 자라게 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