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함께
살면서 10년 넘게 꾸준히 해본 게 하나도 없었다.
헬스도, 영어도, 다이어리도
시작은 늘 거창했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나서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쩌다 보니 육아 12년 차가 되었다.
처음엔 잠이 늘 부족했고
체력은 바닥이었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기분이었다.
다들 아이가 예뻐 죽겠다는데
나는 내 몸이 힘들어서
혹시 나만 모성애가 없는 건 아닐까
혼자 마음 졸이던 날도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를 꼭 닮아가는 작은 사람을 보며
사랑에 빠지다 못해
사랑에 천천히 절여지는 기분을 알게 됐다.
내 말이면 다 “네” 하던 아이는
이제 자기 생각과 주장이 생겼다.
처음엔
“어떻게 네가 그럴 수 있어?”
낯선 감정에 서운하기도 했지만
한 발짝 물러서 보니
아이는 내가 바라던 모습 그대로
잘 자라고 있었다.
잘 키웠다기보다
여기까지 함께 잘 걸어왔다.
중학교 교복을 입고
교실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저 자리에서 또 얼마나 자랄까.
기대되고,
조금은 설렌다.
오늘 이 시간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기록한다.
오늘이 지나면
또 아무 일 없던 듯 일상이겠지만
엄마는 이 하루를
조금 더 오래 붙잡아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