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런에서 만난 한 사람, 그리고 페이스메이커에 대한 생각
버킷런을 뛰던 날이었습니다.
출발 신호가 울리자마자
사람들이 앞다투어 달려 나갔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기록을 위해
모두가 속도를 올리는 순간이었죠.
그때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분은
시계를 한 번 보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천천히 달리고 있었습니다.
주변의 속도에 휩쓸리지도,
누군가를 의식하지도 않고
자기 리듬을 지키며 달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이상하게 눈길이 갔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그 사람의 뒤를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따라가 보니
7분 30초 페이스.
부담스럽지도,
그렇다고 느슨하지도 않은
딱 오래갈 수 있는 속도였습니다.
‘오늘은 저 사람을 따라가야겠다.’
그렇게 마음먹고
뒤에 붙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3km쯤 지났을까요.
그분은 갑자기 방향을 바꿔 돌아갔습니다.
순간 조금 허탈했지만,
그 짧은 시간이
이상하게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남은 7km를 달리면서
한 가지 생각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페이스메이커라는 건
앞에서 끌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옆에서
속도를 지켜주는 사람이 아닐까.
누군가를 재촉하지도,
억지로 끌어당기지도 않지만
그 사람이
자기 속도로 끝까지 갈 수 있도록
묵묵히 함께해 주는 사람.
그 생각이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로 이어졌습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엄마이고 싶을까.
누구보다 빠르게 앞서가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들이 힘들 때
뒤를 돌아봤을 때
늘 같은 자리에서
같은 속도로
조용히 달리고 있는 사람.
그래서 저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어 졌습니다.
빠른 엄마 말고,
꾸준히 달리는 엄마.
그리고
함께 뛰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