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먼저 흔들렸다
중학생이 되고,
아이보다 내가 더 변했다.
스스로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서
초등학교 때는 뭐든 혼자 하게 했다.
물통도 스스로 챙기고,
못 챙기면 그건 본인이 불편함을 느끼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이를 단단하게 만든다고 믿었다.
그런데 중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모든 게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수행평가 점수,
내신 등급.
숫자로 보이는 결과들이
아이의 하루를 설명하는 기준이 되는 것 같았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이상하게도 아이보다 내가 먼저 흔들렸다.
점수 하나 깎이면
아이 인생이 잘못될 것 같은 기분.
그 불안이 쌓이면서
나는 점점 말이 많아졌다.
“그거 했어?”
“이건 왜 아직 안 했어?”
잔소리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리고 그 말들이 쌓일수록
아이와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틈이 생겼다.
주말마다 가족회의를 하면서
괜찮은 방향을 찾으려 애썼지만,
어딘가 어긋나 있는 느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
오늘 아침,
평소처럼 달리기를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거 또 내 욕심이구나.”
아이를 위한 마음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내가 불안해서였다는 걸
그제야 인정하게 됐다.
⸻
그래서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여기저기서 들은 정보로
아이를 움직이기보다,
선생님이 알려준 것들을
아이가 스스로 기억하고
자기 방식대로 해나갈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
아직도 나는 흔들린다.
어쩌면 앞으로도
완전히 흔들리지 않는 날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행인 건,
크게 틀어지기 전에
다시 돌아올 줄 안다는 것.
그걸로
오늘의 나를 조금 위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