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라는 이름 속에 홀로서기

by 박경옥

오랜만에 집에서 아무 생각 없이 하루 종일 방콕으로 여행을 해 본다

삶의 바쁨 속에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체 시계추를 따라 몸덩어리 굴려

시간을 팔아 생각 없는 인생을 줄이면서 살고 있다

1년에 몇 번 오로지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소중한 날인데 가장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육신은 편안한 자세에 정신은 멍 때리면 나를 잊어버리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누구도 나에게 요구하지 않았지만 난 너무 바쁘다

이 바쁘다는 핑계 아닌 핑계가 기계 같은 인간의 삶을 유지하게 한다

몇 번 질문을 던져본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살고 있는지?

어디로 향해 걸어가고 있는지?

나는 누구인지?

꿈과 목표가 분명히 있을 텐데 나이는 점점 죽음을 부르고 있는데

10대 20대에 던진 질문을 아직도 던지고 오늘도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저물어 가는 나이에 아릿한 아픔 가슴 깊이 파고들고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급한 것에 비해

몸은 피곤에 지쳐 아무것도 원하지 않으니

무슨 일이든지 젊어서 해야 하는 것 맞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할 수 없는 신세가 되어가는 것이

나이의 이름을 붙여 본다. 이런 내가 싫어 열심히 살려고 노력해 본다.


오랜만에 정말 몇 년 만인가

오로지 방콕이다

같이 있어도 없는 것처럼 각자의 생활 동선에서 움직이는 동반자는 오랫동안

한 공간 한 침대에서 의지하고 살고는 있지만 그래도 서로는 홀로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주방에서 움직이고 있는 동반자의 빠르고 힘찬 칼질 소리

침대 깊숙이 스며드는 찐한 고기 냄새로 깊은 잠을 자는 나를 깨우고 있지만

먹는 것조차도 거부하고 그냥 늦게까지 침대에 뒹굴고 싶은 나다

일 하는 시간 차이 때문에 식사도 남남처럼 해 버리는 한 지붕 두 사람.......

이런 날이라도 같이 해야 하겠지만 생각은 그렇치만 그냥 침대에서

죽은 듯이 쉬고 싶다


늦은 오후에 눈을 떠서 살며시 걸음을 움직여 본다

소파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폰을 보고 있는 동반자는 나의 움직임에

돌연 놀라면서 자긴 밥 다 먹었으니 알아서 하라고 한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주방에서 맛난 음식을 준비하여 같이 먹고 싶었는데

나의 깊은 잠으로 고생한 보람이 물거품이 되어 실망했는지 뽀루퉁 해 있었다


간장과 식초, 참기름, 꿀을 넣어 말도 안 되는 비빔냉면을 만들어

세상에서 가장 초라하게 식사를 하고

이불 빨래, 침대 커버, 베개 커버 등을 다 세탁하고 청소하고 나니

반나절이 다 지나갔다.

그런 시간이 흘러가도 옆에 있는 사람은 자기 일만 하고 있다

서로 말 한마디 없이......

너무나 억울한 시간이다

암울한 시간이다

불행한 시간이다

서로가 말을 피하는 것은 상처를 안고 가고 싶을 것이다

불쌍하다는 심경은 가슴에 안고 가지만 표현을 할 수가 없다

표현이 결국 상처에 싸움이니까.......


항상 고맙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가지고는 있지만 말로 표현이 쉽지 않아 무심코

넘겨 버린 세월이 너무 길었다.

이제는 그런 말이라도 억지로 연결을 해야 대화가 조금이라도

연결이 되지 않을까?

대화가 없는 부부라는 이름들

각자의 생각과 각자의 생활에 익숙해진 부부들

동상이몽인 두 사람이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 다른 사람처럼 움직이는 남과 같은 부부라는 이름


혼자가 힘들어 둘이고 싶지만

둘이라도 결국은 홀로라는 것을

하루의 휴식 속에 더욱더 혼자서 해야 된다는 걸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결국은 홀로서야 한다는 것

영원한 숙제를 풀기 위해 답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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