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위에 무게
시골 밭에 퇴비 주던 가슴 아픈 사연
겨울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아침 서리가 내린 밭 위로
아빠는 퇴비 자루를 짊어졌고 나는 그 뒤로 따라다녔다.
아직 냄새도 익숙하지 않던 시절 장화를 신은 채 무거운 삽을 들어 올리던 내 손엔 힘이 없었고
아빠는 그런 날을 한 번도 나무라지 않았다.
그때는 몰랐다.
왜 그렇게 밭에 매달렸는지?
그날 왜 아빠 눈빛이 유난히 말이 없었는지
나중에 알았다.
그날이 우리 가족에게 마지막 밭농사가 될지를 모른다는 걸
그 밭을 정리하고 떠나야 할 날이 가까웠다는 걸
그 시절 우리 가족은 소 두 마리의 리어카 두 대로 세상을 버텼다
엄마가 앞에서 리어카를 끌고 아빠가 뒤에서 소을 몰며 따르는 그 길은 겨울에도 얼지 않았다.
나는 그 옆을 따라 걸으며
퇴비자루에서 펴낸 무거운 삽자루를 엄마에게 건네주곤 했다.
퇴비 냄새 익숙해질 틈도 없이 코 끝이 얼었지만
나는 춥다는 말도 못 했다
엄마와 아빠는 말이 없었다.
그날의 고요함은 마치 무언가 준비하는 사람들 같았다. 엄마는 힘이 없으셨다
몸이 약하셨고
그날따라 유난히 더 지쳐 보였다.
아빠는 아무 말 없이 소를 몰았지만 그 등뒤로 묻어나는 피로는 숨길 수 없었다.
결국 나머지 일은 중학생이 된 내 몫이 됐다.
엄마가 비료 자루를 겨우
내 허리 위에 올려주던 나는 비틀거리며 언덕에 올랐다.
그 무게는 허리뼈를 짓 눌렀고 숨이 차올라 몇 번이고 멈춰졌지만 그 누구도 울지 않았다.
그렇게 밭 초입까지? 비료를 옮기고 나면 겨우 한 줄 분량이었다. 우리는 해지기 전까지 그걸 반복했다.
마치 이 삶이 당연하다는 듯이 시간이 흘러
나는 어른이 되었다.
가끔 그 밭 근처를 지날 일이 생기면 괜히 천천히 걸어보게 된다.
풀은 자랐고 소는 사라졌고 리어카는 어디론가 녹슬어 사라졌지만 그 언덕이 한 자루의 비료를 들고 오르던
내 모습은 선명하다.
다시 그 밭을 가면 그 시대 말없이 무거운 무거운 짐을 허리에 얹어주던 엄마의 손길을 떠오르고
뒤에서 묵묵히 소를 몰던 아빠의 발자국이 들리는 것만 같다. 그리고 그 무게를 견디던 어린 나 자신이 떠올라 가슴 아프고 눈물이 난다.
어쩌다 한 번씩 엄마 아빠 산소에 가던 날
그때 그 시절 그 길을 가니 눈물이 왈칵 나
참을 수 없었다.
보고 싶고 그리움이 밀려들었다.
엄마 아빠가 얼마나 힘드셨을까 하는
늦은 메아리가 울려 퍼진다
그 밭을 다시 밟았을 때 항상 내 눈가는
촉촉하게 가슴 한편은 뭉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