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소중함을 기억하기
우리 집은 저층이다. 이 집을 선택한 이유는 순전히 거실 창문에서 보이는 작은 정원 때문이었다.
엄격히 '우리' 정원은 아닌 이 공간은, 거실에 앉아 보자면 마치 우리 집 마당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각 계절의 매력을 잔뜩 머금은 이곳을, 매일 아침 환기차 창을 열며 마주한다.
봄에는 벚꽃이 피고 초여름에는 금계국이 보인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요즘, 이곳은 무릇꽃이 점령한다.
사실 '점령'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만큼 엄청난 양의 무릇꽃이 피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직은 무성한 초록 풀들과 나뭇잎 사이 강렬한 다홍색의 가녀린 꽃들은 많지 않아도 확실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곤 한다.
작년 9월, 뭐가 그리 바빴는지 나는 거실에서 창 너머로만 무릇꽃을 봤다. 내일은 나가서 직접 봐야지, 꼭 사진 한 장 찍어둬야지, 내일은, 내일은.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을까. 야속하게도 무릇꽃은 모두 져버렸다.
작년 일이 떠올라, 지난 주말 한두 송이의 다홍색 무릇꽃이 머리를 들기 시작했을 때, 이번 주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저곳에 가서 커피를 한잔 해야지, 책을 한 권 읽을까? 계획을 했더랬다.
일을 쉬는 오늘, 샌드위치를 사서 무릇꽃 옆 테이블로 향했다. 샌드위치를 먹고 이제는 시원해진 바람을 느끼며 햇살도 느꼈다. 하늘을 보고 구름도 봤다. 작년에 찍지 못한 무릇꽃 사진도 찍었다. 나만 무릇꽃의 아름다움에 반한 것은 아닌지, 어디선가 호랑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무릇꽃 주위를 나풀나풀 날아다녔다.
순간은 누리지 않으면 그냥 지나가버린다.
영원히 펼쳐질 것만 같던 젊음은 사그라들었지만, 시간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 버는지 아는 지금은, 하루하루 매 순간이 너무도 귀하다. 찰나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누리기, 나이가 들어가며 내가 얻은 감사한 교훈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