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샤베트 같은 날

INFP는 작가가 되었다

by 혜카이브

항상 블로그에 혼자 끄적이고,

일기장에 혼자 적는 게 익숙했다.

하지만 사실은… 마음속 깊은 곳에,

누군가 내 글을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 마음을 품고 살다가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다.

글을 ‘좋아한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잘 쓴다’는 확신은 없었기에

이건 나와는 다른 세계의 일이라 여겼다.

그래서 아마, 충동적이었던 것 같다.

햇살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버튼을 눌렀다.

그게 이 노란색 기분의 시작이었다.


‘합격할까? 에이, 떨어지겠지’ 하며

애써 기대를 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로 ‘모시지 못했다’는

알림을 받았을 때,

나의 기분은 노랑에서 조금 더 붉은

분노가 섞인 주황으로 변했다.


창피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도

혼자만의 창피함이 몰려왔다.

그런데 그 감정 안에는

또 다른 것이 숨어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될 때까지 도전하겠어.’

나는 몰랐는데, 사실은 꼭 되고 싶었던 거다.

이 주황은 부끄러움이 섞인 의지,

감춰둔 욕망의 색,

그리고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 불씨의 색이었다.


심기일전해서 서점으로 향했다.

브런치 작가 관련 책을 찾아보고,

인터넷을 샅샅이 뒤지며 ‘필승의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모든 걸 바꿀 순 없었다.

합격만을 위해 나의 본질을 뒤바꾸는 건

나답지 않으니까.

대신 약간의 보완을 했다.

그건 마치 나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이었고,

분노를 조용히 내려놓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다시 보낸 원고.

그리고 어느 날, 도착한 알림 한 통.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순간 세상이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별일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하루가 달라지는 일.


합격이나 통과 연락을 받는 건

일상에서 찾아오는

작고 확실한 핑크색 사건이다.


작가라는 호칭을 얻게 되다니,

사실 얼떨떨하다.

작가가 쓸 법한 글을 쓸 수 있을지

아니 단 한 편의 글이라도

스스로가 작가스럽다고

인정할 날이 올는지

그조차도 모르겠다.


하지만 혼자 끄적이던 글을

세상 앞에 조심스럽게 내놓고,

혼자 하던 생각들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상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제 막 시작한 나의 꿈 덕분에

오늘 오랜만에 순백색의 기쁨을 느낀다.

노랑, 주황, 분홍, 하양들이 전부 어우러져

하루하루를 샤베트맛으로 물들이는

이 기분도 참 가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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