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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소중함을 안다는 것)

by 김수기

엊그제 일요일, 대구에 사는 여동생과 친정부모님 산소에 가기로 하여서 차에 시동을 걸었다. 기상예보에는 전국적으로 눈, 비가 온다고 하였고 내가 사는 지역에는 벌써 비가 오고 있었다. 새벽 미사에 가서 "오늘 엄마, 아부지 보러 가는데 날씨 좀 봐주십시오." 하고 부탁기도를 드렸다. 장인, 장모 산소에 가는 것을 거절한 남편을 보니 아직 누워 있어 어디 간다는 말도 안 하고 준비물만 챙겨서 나왔다.


여동생과 나는 각자 출발하여 산소 인근에서 만나기로 하고 출발하였는데 아하, 대구에 이르기까지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산소 인근에 도착하니 검은 덩어리의 구름이 사라졌다. 오랜만에 만난 동생과 헉헉거리며 산소에 오르니 누가 그랬는지 약간은 험했던 길이 오르기 쉽게 만들어져 있었다. 아직은 날씨가 추운지라 땅이 꽁꽁 얼었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준비해 간 꽃을 심으니 쉽게 심어졌다. 두 분이 좋아하시는 음식을 간단히 챙겨서 올리고 이곳저곳 정리를 한 후 우리는 내려왔다. 주차장에서 만나 우리는 그동안 여동생이 노안이 오고 백내장 증세가 있어서 눈수술을 했다는 것과 둘째 조카가 곧 결혼할 것 같다는 소식 등등을 나누고는 다시 각자의 집으로 왔다.


나는 혼자 운전을 하면서 내려오며 생각에 잠겼다. 부모님 산소에 어렵지 않게 가도록 날씨가 도와준 점에 감사했고, 여동생이 더 크게 안 아픈 점에 감사했고 걱정하던 조카가 결혼할 것이라는 소식에 감사함을 느꼈다. 나의 친정 부모님 산소에 안 가려던 남편이 그렇게 미웠었는데 아직은 큰 병 없이 건강하게 지내면서 나의 속을 태우지 않은 남편에게도 감사함이 들었다. 이제 내가 나이 들어가면서 소소한 일에도 감사라는 단어를 자꾸 떠올리며 입으로 내뱉는다. 얼마 전 아들 녀석이 전화를 해서는 "엄마 저 이제 자꾸 베풀고 싶고, 욕심 안 내고 살려고 노력합니대이." 그랬다,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알아서 살겠다고 하던 놈이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했다.


살아보면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좋고 안좋은 일들이 얼마나 많던가? 좋은 일들만 기억해도 수없이 많은 것 같다. 오늘 하루도 내가 건강하게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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