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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가장 부러운 사람

( 개인적으로 )

by 김수기

요즘 가장 부러운 사람이 있다. 누구인가? 주 1회 나에게 에어로폰이라는 디지털색소폰을 가르쳐주시는 김병기선생님(성명을 밝혀도 괜찮지? 싶음, 왜냐하면 오카리나 지도에도 탁월하시기 때문에 아시는 분은 벌써 많으심)이시다.


나는 음색이 아주 탁하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소리를 그렇게 지르지 않았는데도 타고난 목소리가 막걸리처럼 텁텁한 데다가 노래를 부르다가 한옥타브만 올리면 그냥 목구멍이 아파오고 이상한 괴성이 들린다. 선천적으로 그런 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에 포기하고 살았다. 그런데 신명이 많은 내가 항상 아쉬운 점이 노래는 못하더라도 악기로라도 고음을 불러 젖히고 싶었다. 그래서 팬플룻도 해보고 플릇도 해보고 오카리나도 해보았다. 오카리나를 처음 시작할 때의 나의 스승님이 바로 김병기선생님이시다. 퇴직하고 같은 시내이지만 우리 집에서 30여분을 승용차로 달려가야 하는 동네에 있는 선생님의 사무실에 가서 오카리나를 배웠다. 같이 배우던 후배가 개인사정으로 그만두고 혼자되었을 때, 선생님께서 에어로폰을 보여주셨다. 난 그 자리에서 배우고 싶다고 하여 그동안 2년여 배우던 오카리나를 사정없이 외면하고 작년 5월부터 에어로폰을 배우고 있다. 선생님에게 개인적으로 오카리나를 배우기 시작하여 에어로폰에 이르기까지 제자가 된 지 벌써 3년이 되었다.


그동안 주 1회마다 뵙는 선생님이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마다 참말로 진심으로 재주가 너무 많으신 분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저 재능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우선 사무실에 가면 오카리나를 직접 만들어서 오카리나 겉에 그림도 직접 그려서 구우신다. 그림솜씨가 기가 막힌다. 전시되어 있는 오카리나를 보면 크기와 모양새가 각양각색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창조된 오카리나가 있다. 볼 때마다 입이 벌어질 정도로 놀라운 솜씨다. 그리고 내가 이름을 아는 악기를 비롯하여 이름도 모르는 여러 가지 악기가 창가에 혹은 책상 주변에 가지런히 서 있거나 누워있다. 이 모든 악기들을 다 연주하신다.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오늘 수업 시작 전에 사각형 모양의 의자 비슷한 것이 있어 나도 모르게 앉으려고 하다가 순간 머리를 스치는 것이 아, 이거 의자가 아닐 수도 있겠다 싶어서 자세히 보니 역시 선생님께서 만드신 카혼이라는 악기였다. 외부에서 연주할 때 드럼을 대신할 수 있는 기능을 넣어서 휴대하기 쉽게 만드셨다고 하셨다. 도대체 선생님의 음악적인 역량(악기연주 기능, 작곡 기능, 악기 제작 기능 등)은 어디까지이신가 싶어서 부럽기만 하였다. 더구나 오늘은 내가 쓴 노랫말에 작곡까지 해주셔서 한 시간을 연습하다가 마쳤다.


나는 음악적인 유전자는 0.001%도 물려받지 못하고 어디까지나 완전 연습깡으로 그나마 아주 조금 악기를 만질 줄(연주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움) 아는데 선생님을 통하여 나는 진짜 너무도 모르는 것이 많구나 싶을 정도로 세심하게 가르쳐 주신다. 더구나 인근에 있는 벽지 학교에까지 가셔서 아이들에게 몇 년간 재능기부도 하시고 계셔서 신문에 소개된 적을 몇 번 보았다.


예술인의 삶은 어떨까? 늘 궁금했다. 지난주에는 몇몇 선배님들과 우리 지역 시향에서 주관한 클라리넷 협연 연주회를 간 적이 있다.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화려한 악기들을 연주하는 관현악단들과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지휘자가 한 몸이 되어 우리들 오감을 자극해 주던 모습이 생각났다. 또한 묵묵히 오카리나를 만들고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의 모습 또한 가장 가까이에서 보면서 음악이라는 자기 세계 속에서 흔들림 없이 걸어가고 계시는 선생님이 부럽기도 하지만 존경스러웠다. 에어로폰이라는 악기를 처음 접해 본 나는 주변에 자랑을 많이 하고 다닌다. 물론 선생님을 자랑도 하곤 한다. 다양한 예능분야에 재주가 너무 많아도 오직, 음악인의 길만 걸으시는 선생님, 누가 뭐래도 내 갈 길을 간다는 선생님을 보면서 은퇴도 없어서 좋으시겠다고 농담도 던졌지만 아무나 걸을 수 있는 길이 아니기에 요즘 내가 가장 부럽고 존경하는 선생님이시다. 그런데 선생님! 아직도 손가락이 왔다리갔다리하는 늦다리 저를 가르치시느라고 고생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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