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 마음을 가장 깊게 흔든 장소를 고르라면
나는 망설임 없이 태안의 갯벌을 떠올린다.
바다는 늘 움직인다고 믿었다.
밀물과 썰물이 오가고, 파도는 쉼 없이 달려온다고.
그런데 그날의 갯벌은 달랐다.
물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평야처럼 펼쳐진 고요가 남아 있었다.
바람이 지나가도 소리는 크지 않았고,
햇살은 흙빛 물결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발자국 하나, 작은 흔적 하나가
빛을 받아 반짝일 뿐,
세상은 아주 느리게 숨을 쉬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멈춤’이라는 단어가
어쩌면 이렇게 생긴 풍경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멈춘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잠시 멈춰 서는 일.
태안의 갯벌은
나를 크게 흔들어 놓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조용히 내 마음을 제자리로 돌려보냈다.
올해의 나는
수없이 서둘렀고,
수없이 흔들렸다.
그런데 그 넓은 갯벌 앞에서는
그 모든 것이 잠시 멈췄다.
그래서 태안의 갯벌은
올해의 ‘장소’이기 이전에
올해의 ‘속도’였다.
나를 다시 나에게로 데려오는
느린 속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