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박 삼일 여행의 마지막 날.
이틀 내내 내리던 비가 멈추자,
공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공기는 숨 쉴 때마다 모든 공간에서 반짝이고,
햇살은 언제 비가 왔냐는 듯 쨍하고 내리쬐고 있었다.
시골길을 굽이굽이 돌아 한 카페를 찾았을 때,
카페 앞마당에 서 있던 감나무는
몇 개의 잎은 내려놓았지만,
아직도 풍성한 감잎 사이로
주황빛 열매가 나뭇가지를 이겨보려는 것처럼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감 하나하나에 햇살이 걸려 있었다.
주황빛 열매는 “나는 이 계절의 주인공이야” 하고
외치고 있었다.
유리잔 속 커피의 김이 스며오르고,
바람은 감잎의 잔향을 실어 나른다.
그 순간,
나는 셔터를 누르기보다
한참을 바라보았다.
파란 하늘과 주황빛 열매는
내 마음을 한동안 훔쳐갔다.
빛과 색이 고요히 머무는 그 장면이
이미 내 마음속에 찍혀버린 듯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 마음속에 저장된 한 장의 사진은
눈을 감을 때마다 다시 꺼내어 보면서,
이 계절의 풍요로움을 마음껏 누려 본다.
사진 한 장에는
풍경보다도 마음이 담긴다는 걸,
그날의 감나무가 가르쳐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