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에도
나는 잠시 멈춰 서서
마음이 머무는 장면을 적어본다.
어젯밤엔 어쩐 일인지
도통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낮에 카페인을 많이 마신 것도 아닌데
잠은 오지 않았고,
몸은 이상하리만큼 개운했다.
잠을 자보려고 애를 써보았지만
오히려 정신은 또렷했고
결국 잠자기를 포기했다.
새벽 세 시,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다.
책장 앞을 서성이다가
몇 달 전 손윗동서가 선물해 준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은 「두 늙은 여자(Two Old Women)」.
잠시만 읽고 다시 잠을 청할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하지만 이걸 어쩌나.
도저히 중간에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이야기는
알래스카 원주민의 생존에서 시작된다.
꽁꽁 얼어붙은 동토에서
더 이상 부족민 모두를 먹여 살릴 수 없다는 판단 끝에
족장은
가장 늙고 힘없는 여인 둘을
눈 속에 남겨둔 채
젊은 이들과 길을 떠난다.
자식들마저
족장의 결정에 반항하지 못한 채
눈물로 돌아서는 곳.
그곳은 철저한 생존의 법칙만이
허락된 땅이었다.
그러나 두 여인은
슬퍼할 틈조차 없이
둘만의 생존 계획을 세운다.
올가미를 놓아 작은 짐승을 잡고,
어릴 적 배웠던 생존의 기술을
하나씩 떠올리며
잘 움직이지도 못하는 몸을 이끌고
풍요로운 땅을 찾아 길을 나선다.
그중 한 여인의 말이
나를 꼼짝 못 하게 붙잡았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밤은 길고,
죽을 만큼 춥고,
낮의 해는 너무 짧아
일 분 일 초를 다투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땅.
그 숨 막히는 생존의 무게가
책장을 넘어
내게까지 밀려왔다.
나는 생각했다.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미루고 있는지.
잠을 청하려 펼친 책 한 권 때문에
나는 결국
어제의 잠과는 이별하고 말았다.
하지만 대신
쉽게 외면해 왔던 질문 하나를
새벽 내내 붙잡고 있었다.
어차피 언젠가는 끝이 난다면,
나는 지금
삶과 얼마나 진지하게 붙어살고 있는 걸까.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안전하다는 이유로
아직 시작하지 않은 무언가를
마음속에 묻어두고 있지는 않은지.
이 긴 밤이
당신에게도
그 질문을 건네고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