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장미를 보며

차가운 계절 한가운데서 마주한 따스한 붉은 숨

by 멈춤의 일기장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던 어느 날,
계절은 갑자기 날카로운 한파를 내린다.
쓸려 누운 들판의 풀들이
중심을 잃지 않으려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다.

따뜻한 차 한 잔이 간절해지는 오후,
하늘을 올려다보면
파아란 빛이 마음속 깊은 곳까지 스며든다.
나는 더 이상 생각을 이어가지 못하고
그저 온기가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바람에 머리는 헝클어지고
볼을 에는 차가운 바람이
어깨마저도 움츠러들게 한다.


그러다, 눈앞 담장에 피어 있는
붉은 장미 한 줄기가 눈에 들어왔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붉은 꽃잎은 의연하게
스스로의 시간을 지켜내고 있는 모습이
한없이 움츠러드는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한참을 바라보고
셔터를 눌러도 보았다.
파아란 하늘에 붉은 장미 한 줄기…….
나도 모르게 그 속으로 스며드는 듯하다.


눈으로, 귀로
향기가 피어오르는 것만 같다.


겨울이라는 차갑고 거친 숨결 속에서,
붉은 장미 한 줄기가
이 길을 지나는 누군가의 가슴속에 남아
스스로의 시간을 의연하게 지켜낼 수 있는
따스한 힘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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