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erwegs

길 위에서

by 애양단


출장 차 온 부산에서 일을 모두 마치고 부산역으로 가는 지하철 안! 운 좋게 자리가 나 편히 앉아서 가고 있다. 연산역에서 딱 봐도 고2 정도로 보이는 여고생이 체육복 바지에 베이지 플리스를 입고 딱 봐도 고2의 무게쯤으로 보이는 검은 백팩을 앞으로 메고 한 손에는 잉어빵 봉지를 들고 탄다. 그리고 내 옆자리에 앉는다. 현란한 색깔로 잉어빵이라는 것을 피력하는 봉지는 붕어빵의 고급화 선언! 잉어빵! 배 뿐만 아니라 온몸에 속 고명이 들었다는 그, 바로 그 잉어빵! 밀가루로만 한 반죽이 아니라 찹쌀가루를 섞어 속이 더 쫄깃쫄깃하고, 마가린까지 곁들여 더 구수하고 바삭바삭한 모서리를 자랑한다는 바로 그 잉어빵!

그런데 그 여학생은 잉어빵을 꺼내 먹지 않고 자꾸 봉지에 코를 묻고 구수한 잉어빵 냄새에 심취한다. 표정 또한 너무 행복해 보인다.

추측해 보면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지하철 안에서는 꺼내 먹을 엄두조차 못 내고, 부산진역에 내릴 때까지 코를 네댓 번 봉지에 묻고 내음을 맛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전철을 벗어나자마자 집으로 달려갔을 그 여학생을 생각하며 한참을 속으로 웃었다.

2008년 독일에서 한국에 갓 들어와 퇴근길 그 그립던 밀가루 반죽, 빵가루에 분홍 소시지 박혀 있던 핫도그를 사들고 아무도 없는 어둑어둑한 골목길로 들어 서기 전까지 봉지에서 풍겨 나오는 구수한 냄새만 맡다가 정작 골목길에 들어 섰을 때 한 입 베어 물던 행복감과 베어 물던 한 조각에 딸려 나온 모든 나머지가 땅바닥에 떨어졌을 때의 우울감이 동시에 떠오르며 제발 그 여학생이 떨어뜨려도 될 만한 집안에서 한 입 베어 물며 행복해했기를 조용히 바래본다.

부산역에 도착해 남은 기차시간을 때우려 뒷골목 포장마차에서 되지도 않는 젓가락질로 고갈비 살을 안주로 바르며 술 한잔!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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