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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현anna Jun 26. 2024

부모됨이란 ______이다. [No.6]

_부모됨 시리즈] 책임감과 부담감. 편

#6. 부모됨이란 경제적인 책임을 지는 것이다.



예전에 누군가에게 전해들은 얘기이다.


      예고에서 무용을 전공하는 여학생의 집이 부도가 나서 더 이상 아이를 지원해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딸은 부모에게 그에 대해 전혀 전해 들은 바가 없어 집안 상황이 최악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 집은 말 그대로 정말 하루 아침에 쫄딱 망해버려서, 가족이 갈 곳 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아직 고등학교 2학년인 딸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도 못했고, 본인이 무용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 또한 받아들이지 못해 매일매일 울고 화내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나도 20살에 집이 부도가 나서 같은 상황을 겪었다 보니, 딸의 그런 마음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정작 내가 어이없다는 생각이 든 대목은 다음 말이었다.


부모가 그런 딸을 원망하고 있으며, 부모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실망하고 서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보다도 절망적인 상황일테니까 부모가 힘든 것이 맞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부모의 상황을 이해하지 않고, 받아들이지도 못해서 막무가내로 화를 내고만 있는 저 딸이 지금 '잘못'하고 있는 것일까?




부모인 우리가 아이를 낳게 되면 언제까지 뒷바라지를 해 주는 게 맞을까?

우리의 부모 세대와는 다르게 요즘처럼 교육비가 끝도 없이 들어가는 세상,

아이가 성인이 되어도 우리때처럼 취업이 쉽지 않다고 하고,

더불어 내 노후도 내 스스로 책임을 져야하는 세상에 나는 아이에게 언제까지, 얼마나 돈을 써야하고 쓸 수 있을까?


나는 그 답이 각 가정의 '형편껏'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진짜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형편에 대한 '가족간의 공유'이다.




당신은 아이가 마냥 어리다고만 생각하는가? 당신은 평소에 아이들과 집안 사정에 대해 얼마나 공유하는가?


특히 집에 힘든 일이 생겨 경제적인 어려움이 생겼을 때, 당신은 아이들과 공유를 하는가 혹은 아이들은 배제하고 결정을 내리는가?


예를 들어,부모 중의 한 사람이 실직을 해서, 수입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 되고, 이직을 하게 되었다고 치자.

그로 인해 지출을 많이 줄여야 하고,  지금보다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해야 하고, 아이가 전학이 필요하다면, 당신은 어느 단계에서부터 아이들과 이 정보를 공유하는가?



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없으면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생계 수단이다.

그리고 부모의 역할은

자녀가 성인이 되어 독립할 수 있도록  아이를 온전한 성인으로 자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DALL·E 2024-06-26 14.31.49 - 위현anna



아이의 독립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정신적, 심리적 독립과 경제적 독립. 그 중 더 중요한 것은 경제적 독립이다.

경제적으로 독립을 했다는 것은 스스로 밥벌이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자기 한 몸 건사가 가능한 진짜 성인이 되었다는 것이고 자연스럽게 심리적인 독립도 이루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부모 역할이란,

이런 우리 집의 경제적 사정, 형편을 평소에 서로 공유하고 미리미리 설명해주고, 경제적 독립에 필요한 것들을 어릴때부터 하나씩 가르치는 것이 아닐까?

그러려면 아마도 부부가 먼저 돈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각자 잘 정리하고 또 서로 공유하면서, 집안의 경제적인 상태를 제대로 점검하는 지혜가 있어야 할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위에 저 딸은 잘못이 하나도 없다.

왜냐하면, 부모가 미리 이 아이에게 상황 설명을 해 준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상황을 대처하면서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꽤 가졌었겠지만, 이 딸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말 그대로 하루 아침에 집이 폭삭 망한거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그런 기분 아니었을까?

다시 말해, 아이에게는 지금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고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고등학생이면 충분히 말이 통할 나이다.

부모가 미리 설명만 잘 해줬다면, 이 아이가 이렇게 화만 내고 있지만은 않지 않았을까?

자녀도 가족 구성원으로서 이런 상황을 단계별로 알 권리가 있다.

아이도 생각이라는 것이 있고, 마음이라는 것이 있다. 알아야 미리 대처를 하지 않겠는가?


단 부모가 자녀와 사이가 좋고, 민주적인 분위기 안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사랑을 아이가 알고 있는 그런 집이라야 한다는 단서가 붙긴 하겠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부모와 자녀 사이라면 아이는 부모의 힘든 상황을 이해하고 자신도 그런 상황을 어느 정도 수용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수정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자녀를 경제적으로 책임지는 것이다.

단,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은 성인 전까지, 그리고 '각자 형편에 맞게'이다. 그러니 성인이 되기 전에 우리 집을 본보기로 삼아 돈을 모으고 쓰는 법을 제대로 가르쳐라.




그리고 중요한 또 한 가지가 있다.

자녀에게 '돈'을 주려면 조건을 달지 말고 그냥 줘라.


돈을 써서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것은 부모라면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다. 생색내지 마라.

자녀는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나지 않았다. 당신의 선택으로 이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다. 당신이 선택했으니 당신이 책임지는 것이 당연한 거다.



어린 자녀의 성공을 위해 학원을 보내주고 생색내지 마라. 당신의 성공이 아닌 자녀의 성공이고, 자녀의 인생이다.

아이와 공유하고 아이가 선택하게 하라. 그리고 본인이 선택한 학원만 보내라. 학원도 돈이다. 본인의 선택에 책임을 지게하라.



성인이 된 자녀에게 건물을 주고, 생활비를 보태주면서 그 댓가로 주말마다 와서 밥먹으라고 강요하지 마라.

그것은 자녀의 시간을 돈으로 사는 것 밖에는 안 된다.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는 관계가 더 중요하다. 사랑하는 마음을 주고 받아라.  

그런 와중에 조건없이 돈이나 건물까지 준다면, 자녀는 오라 하지 않아도 부모를 자주 찾아갈 것이다. 나에게 고맙고 소중하고 내가 사랑하는 부모니이까 분명히 그럴 것이다.



돈은 현대 사회에서 교환가치의 수단인 동시에 우리의 마음, 혹은 우리의 욕망을 대변한다.

아이가 돈에 어떤 마음을 담아 살아가야 할 지를 가르치는 것이 부모가 해야할 제일 중요한 일 중 하나이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 화이팅!




* 본  '부모됨은 ____이다.' 시리즈는 2020년 12월 발행된 학술지 『 영아기 첫아이를 양육하는 어머니의 부모됨 인식에 대한 개념도 연구_열린부모교육연구 14-4-7(심위현,주영아) 』 를 모티브로 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도출된 참여자들과의 인터뷰로 다듬어진 '부모됨에 대한 88개의 새로운 정의들(최종진술문)'을 인용해, 심리상담과 부모교육 현장에서 느낀 나의 인사이트들을 정리해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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