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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현anna Jul 02. 2024

부모됨이란 ______이다. [No.11]

_부모됨 시리즈] 책임감과 부담감. 편

#11. 부모됨이란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아기가 태어나고 백일 즈음 되는 부모들과 연락을 하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와~ 쌤!!! 애 낳고 키우는 게 이런 건 줄 몰랐어요." 
"언니~ 나한테 왜 이런 거라고 미리 얘기를 안 해줬어요?" 
"형수님~~~ 죽을 것 같아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특히나 그 아이가 첫 아이면, 부모들이 토로하는 그 충격(?)은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


아이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부모는 정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 


제대로 잠을 잘 수가없다. 제대로 먹을 시간은 커녕 씻을 시간도 없다. 

나의 자유 시간은, 배우자나 조력자가 아이를 대신 보지 않는 이상, 애석하게도, 

없.다.  

정말,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엄마의 뱃속에 아이가 잉태되는 순간, 이 세상에는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네 개'의 세상이 창조된다.


아이의 세상, 엄마의 세상, 아빠의 세상, 그리고 엄마 아빠가 함께 만드는 부모의 세상.


남자와 여자가 만나 결혼을 하면 '부부'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얻게 되고,

이 부부가 아이를 낳으면 '부부'라는 호칭에서 '부모'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호칭을 얻게 된다.


DALL·E 2024-07-02 19.57.01 - 위현anna



'호칭'은 그 안에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한다. 

다시 말해, 그 호칭에 걸맞는 새로운 역할이 부여되고, 그에 따른 책임까지 새롭게 생기기 때문에,

새로운 호칭을 받는다는 것은 한 마디로 말해,  '변화'를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아이가 생겼다는 말을 들은 부부, 특히 첫아이를 가진 부부는 보통 '임신,출산 대백과사전'을 사서 아이의 발달 과정, 양육 방법, 부모로서의 역할 등을 공부한다.  

그리고 소셜 미디어나 맘카페 등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미리 얻는다.   


어느 병원이 좋은지, 어느 산후조리원이 좋은지, 

아기 침대는, 유모차는, 카싯은 어디게 좋은지, 임신 단계별로 부모가 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차곡차곡 모으게 된다.


이런 출산에 대한 정보 말고도 부부는 앞으로 변화할 생활에 대한 준비도 미리 해야한다.

구체적으로, 엄마가 일을 하는 중이면 회사를 어떻게 할지, 경력은 어떻게 조절할지 결정할 것이다. 

출산 휴가를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아기를 돌볼 주양육자를 누구로 할지, 생활비는 앞으로 어떻게 충당할 지, 

원활한 육아를 위해 역할 분담을 어떻게 나눌지 등도 의논해야 할 것이다.






사실 이런 물리적인 준비도 중요하지만, 

나는 그 무엇보다 '심리적, 정서적' 준비가 필요다하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이 부모가 된다는 것은 '부모'라는 새로운 역할이 생기는 동시에 그에 따른 큰 책임을 수반하게 되는 작업이다. 



인간은 변화에 더디다. 변화를 거부한다. 

왜냐하면, 변화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태가 내 앞에 펼쳐지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은 본능적으로 변화를 앞에 두면 마음이 움추러든다.  


임신 기간 내내, 기다리던 소중한 아이가 우리에게 왔다는 행복감과 충만함 저 편에, 알 수 없는 힘든 마음들이 꿈틀거린다. 


엄마는 아이를 임신했기 때문에 날뛰는 호르몬에 감정이 동요된다. 몸은 힘들어진다. 몸이 힘들어지는 만큼 마음도 오락가락한다. 

혹여라도 엄마의 경력이 단절될 상황이되면 마음은 더더욱 극과 극으로 치달을 수 있다.

아빠는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이라는 타이틀의 무게감을 실감한다. 부담감이 점점 커지게 된다. 

입덧을 하고 먹지 못하는 아내를 보면서 마음이 아픈 한편, 오락가락하는 아내의 감정선을 따라잡기가 힘들다. 대신 해줄 수도 없고, 미칠 노릇이다. 

그러면 안되는 것을 알지만 때때로 아내가 이해도 안 되고, 짜증도 올라온다. 



아기가 태어나고 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도대체가 이제까지 살던 삶을 유지할 수가 없다. 3키로 남짓한 저 젖먹이 덕분에 엄마 아빠의 '먹고, 자고, 싸는' 그 기본적인 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엄마의 몸은 열달의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망가지고, 몸을 추스르기도 전에 내 앞에 떨어진 아기를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재우느라 몸 컨디션은 엉망이 된다.

아빠는 퇴근하고 들어와서도 아내와 바톤을 터치해 밀린 집안일을 하고, 하루 종일 지친 아내를 대신해 밤새 아기를 돌보느라 잠 한숨 못자고 또 출근을 해야 한다. 


이게 다 뭐하는 짓인가 싶은 순간이 문득 문득 찾아온다. 

왜 아무도 나한테 이런 삶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을 안 해준건지...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DALL·E 2024-07-02 19.44.26 - 위현anna



키워본 사람들은 안다.


내가 지금 왜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면서 이 짓을 하고 있는지. 

한 줌도 안 되는, 내 눈앞에 누워있는 저 꼬물이가 뭐라고.

자다 깬 아가 얼굴 한 번 보고, 눈맞춤 한번 하고, 옹알이 대화 한번 하면서, 아기를 안고 젖냄새를 흠뻑 맡으면,

그 힘든 마음이 정말 귀신같이 사라진다. 


하루하루가 가면서 조금씩 이런 생활에 익숙해지기 시작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부모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느껴진다.

저 단전 밑에서부터 꽉찬 무언가가 밀려 올라온다.






이 소중한 경험을 하기 전에, 

배우자와 많은 대화를 나누어라.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지, 어떤 아빠가 되고 싶은지.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 같은지.

임신 기간 동안 부부 각자의 마음이 어떤지, 어떤 기대가 들고, 어떤 두려움이 올라오는지.


부모는 한 팀으로 꾸려지는 팀전이다. 서로 눈빛 만으로 통하는 전우애가 있어야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


세상에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다.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되기 전에, 부모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기 전 준비 단계에,

부부가 마음을 나누는 연습부터 하라. 


상대가 하는 말을 잘 들어주고, 상대가 불안하고 힘들어 하는 부분들을 응원하고, 내 품에 잘 담아주어라.

사랑으로 만났으니, 곧 우리 눈 앞에 사랑의 결실이 나타날 것이다.   


부모가 되는 것은 큰 변화와 도전을 가져오지만, 부부가 함께, 미리 준비한다면 그 여정은 훨씬 더 즐겁고 의미 있는 경험이 된다.

아기가 뱃속에 생기는 순간부터 태어나는 순간까지 나와 배우자의 심리 상태를 점검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지지해주자.




두 사람이 파트너임을 한시도 잊지 말자.

서로 품어주고, 사랑하면서 함께 부모됨을 준비해보자.




DALL·E 2024-07-02 21.09.26 - 위현anna > 이인삼각경기를 죽어도 못 알아듣는 달리가 그려준 그림... 아하하...  됐다. 이거라도 어디야... 고맙...





세상의 모든 부모들, 화이팅!!






* 본  '부모됨은 ____이다.' 시리즈는 2020년 12월 발행된 학술지 『 영아기 첫아이를 양육하는 어머니의 부모됨 인식에 대한 개념도 연구_열린부모교육연구 14-4-7(심위현,주영아) 』 를 모티브로 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도출된 참여자들과의 인터뷰로 다듬어진 '부모됨에 대한 88개의 새로운 정의들(최종진술문)'을 인용해, 심리상담과 부모교육 현장에서 느낀 나의 인사이트들을 정리해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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