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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현anna Aug 21. 2024

부모됨이란 ______이다. [No.34]

_부모됨 시리즈] 철든 어른으로 도약함. 편

#34. 부모됨이란 아무리 생각해도 정답을 모르겠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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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처음'은 다 어렵다. 


'모든 처음'은 '내 머릿속에 없는 것을 새로 만들어 내는 과정' 정도로 정의할 수 있지 싶다.

없는 것을 새로 만들어가는 과정, 즉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는 창조의 과정이라서 품이 더 많이 들고 힘이 든다.


하물며, 

처음 부모가 되는 과정에 쉬운 것이 있을까.


특히 첫 아이를 낳고 키우고, 내가 죽을 때까지 만나는 이 아이와의 모든 만남은 매 순간 순간이 '처음'일 거다.

왜냐하면,

내가 서른에 이 아이를 처음 만난 그 순간, 내가 마흔에 이 아이가 열살 되는 순간, 내가 팔십에 이 아이가 오십 되는 순간 등

어느 하나 나와 이 아이의 성장과 노화 사이에 처음이 아닌 경험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세 번째도, 물론 아이가 바뀌었으니 처음인 경험도 있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육아에 적응이 되었으니, 

적어도 첫 아이 키울때 배웠던 먹이고 재우고 입히고 씻기고 돌보는 노하우를 어느 정도는 반복할 수 있으니 좀 낫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우는 일만큼 모든 순간이 새로울 일이 또 있을까 싶다.

무언가 배우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것, 친구를 사귀는 것, 연애를 하는 것, 또 뭐가 있을까...

아무리 떠올려도 부모가 되는 것 만큼 매 순간이 새롭고 막막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오늘 이렇게 해도, 내일 그 방법이 통하라는 법이...

없으니까 말이다.


저 어여쁜 공주님이 오늘은 또 어떤 변덕을 부릴지.. 


낮에 멀쩡하다 밤에 열이 펄펄 끓을지, 

오늘 말이 좀 통하면 내일은 요지부동, 당췌 얘 머리 속을 이해할 수 가 없든지..




나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너무 모르는 것 투성이라 육아서를 정말 많이 봤다.

그런데, 한결같이 '엄마 잘못'이라고 하는 책들이 너무 많아, 읽으면서 너무 짜증이 났다.

그래서 매번 육아서들을 읽을 때마다 반박할 꺼리들을 찾았다.


아니, 엄마도 사람이라고. 어떻게 애들 마음을 이렇게 무한정 다 받아주라는 거야.
저 버릇은 도대체 언제 고치라고... 


특히,

그 저자들에게 진짜 하고 싶은 얘기는 이거였다.



니가 우리집에 와서 해 봐라. 그게 되나....




너무나 이상적이지만, 내가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것들만 많고, 화가 나는 동시에 죄책감만 엄청나게 쌓여 갔다. 

그래도 뭐, 그 시절에 유튜브가 있나 인플루언서가 있나, 딱히 방법이 없으니 주구장창 몇 년 동안 수 십권의 책만 읽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책이 진리라고, 

수많은 책들을 보다 보니, 어느 순간 결론이 났다.



아~! 모든 책에서 하는 모든 얘기는 다 그 글을 쓴 사람의 경험과 통찰일 뿐이구나! 그냥 저 사람 얘기구나. 상황도 경험도 나랑 다 똑같지 않구나.

아무리 전문가 아니라 전문가 할아버지가 와서 얘기한다 해도,
내가 굳이 저 사람을들 다 따라할 필요는 없는 거구나.



아니~ 막무가내로 순식간에 책장 잡고 스파이더 맨처럼 천장 꼭대기까지 타고 올라가는 애를 뭘 앉혀놓고 그림 그리기를 하고,

소리소리 지르면서 울며불며 고집부리고 가까이 올려고오 안 하는 애를 어떻게 품에 안아서 조곤조곤 귓속말로 대화하고,

사진에는 손재주도 취미도 없는 내가 무슨 성장 앨범을 만드느냐고...다 부질없다~


그래서 그때부터 나는 모든 책에서 내가 벤치마킹 할 만한 것들만 다 추려 담아서, 나만의 미취학 육아 공략집을 만들어갔다.

몇 년 후, 엄마들과 함께 책수업을 하려고 다시 책들을 들춰보니, 내가 읽었던 대부분의 책에서'어~! 나 이미 이거 하고 있는데.'하는 부분들이 끊이지 않고 발견되었다. 부지불식간에 몸에도 마음에도 꽤 옳다고 하는 육아 방법들이 새겨졌나 보다. 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때 그 공략집, 꽤 잘 만들어졌군.





그러~나,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시작하면서 또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하아~


좀 컸다고 말은 또 왜 이렇게 잘하는지,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릴때도 있지만, 점점 스킬이 올라가면서 나와 딜을 하려고 들기 시작하면, 

한 번씩 말문이 턱턱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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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에 적정한 용돈은 얼마일까?'

'아이가 쓰는 핸드폰을 굳이 단속해야 할까?'

'도대체 적절한 게임 시간을 하루에 몇시간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게, 왜 니가 하는 게임에 내가 시간을 설정해야 하는 걸까?  

'다 커서 대학까지 간 애는 집에 몇시까지 들어와야 맞는거지? 이걸 꼭 정해야 하나?' 


아이에게는 안 된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항상 헷갈린다. 


그래도 이런 질문은 양반이다.

고2 겨울에 아들이 한 질문에는 정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순간 멍~했다.



"엄마, 인간은 도대체 왜 살아야야 해?
내가 이걸 초4때부터 생각을 했었는데, 어디에도 답이 없어.
도대체 왜 살아?"



허허허. 그러게... 내가 그걸 알면, 지금 내가 여기 있지 않지 않을까? 아들? 어디라도 나가서 철학 강의를 하겠지...

그런데 말이야...  아들... 그것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필 지금, 이 기말고사 기간 한 중간에 찾아야 하겠니? 

우리 시험이나 좀 끝나고 다시 생각해보면 안될까?  ^^;;;;;







가만 생각해보면, 

세상에 정답이라는 것이 있기는 할까 싶다.


정답은 1+1=2라는 자연과학에나 존재하는 것이고, 사람이 사는 꼴은 사회과학의 영역에 포함되니, 사회과학 안에서 정답이 어디 있나. 


사실, 그것도 그냥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가보다 하는거지. 

솔직히 말해서, 자연과학 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1+1=2라는 것도, (나는 사회과학을 하는 사람이니까... 아하하...^^;;;)  

사람들이 그렇게 하자고 약속을 한 '개념'이니까 그것 또한 정답이 아니고 그냥 약속을 정답으로 하자 한거니 

그 정답이 하나만이 아니라고 우기면 또 뭐라고 할건가. 1+1은 바로 2가 아니라 1/2+1/2+1 일수도 있는건데....



그래서,

나의 결론은 이거다. 


인간이 사는 세상에는 정답은 없다.
단지 해답만 존재할 뿐.


해답은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다. 고로 내가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냥 답이다.


부모가 되어 생각하고 선택하고 결론 짓는 모든 행위에 정답은 없다. 

단지, 나와 내 아이 사이에, 우리 가족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별함을 담아, 우리집만의 해답이 있을 뿐인거다.


그러니까

'부모됨이란 아무리 생각해도 정답을 모르겠는 것'이 맞다.

각자 소신을 가지고, 

조금이라도 아이와 내가 서로 행복할 수 있는 그런 방법들을 끊임없이 찾아 공부하고 그것들을 아이와 나누어 보자. 


하다보니 

뭔가 생기긴 하더라.




세상의 모든 부모들, 화이팅!!







* 본  '부모됨은 ____이다.' 시리즈는 2020년 12월 발행된 학술지 『 영아기 첫아이를 양육하는 어머니의 부모됨 인식에 대한 개념도 연구_열린부모교육연구 14-4-7(심위현,주영아) 』 를 모티브로 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도출된 참여자들과의 인터뷰로 다듬어진 '부모됨에 대한 88개의 새로운 정의들(최종진술문)'을 인용해, 심리상담과 부모교육 현장에서 느낀 나의 인사이트들을 정리해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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