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위현anna의 생각 조각들] 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그 한 장면..
언제인지 기억도 안난다.
단절된 경력으로 애들을 키우면서, 탈출구를 찾으려고 봤던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였는지 다른 미드였는지, 그 여자가 누구였는지 정확하지도 않은데.
"정말 멋지다~!" 하고 지금까지 각인되었던 장면이 하나 있다.
엄청나게 터프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들어온 아름다운 여의사가,
옷도 벗지 않고 바로 부엌으로 가서
한 손에는 와인병을 다른 한 손에는 와인잔을 들고
아파트 테라스로 나와 혼자 와인을 따라 마시는 장면이었다.
와......
그때부터 나에게 와인은 성공한 여성을 대신하는 어떤 상징물이 되었다.
멋지고, 우아하고, 여유있고, 능력있는 여성이 퇴근 후 고상하고 우아하게 마시는 술.
와~
나도 저런 여자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는데, 저 여자는 저기서 저러고 있네?
나 지금,
뭐하니.
결혼, 애들, 아내, 엄마를 나 하나랑 통째로 바꾼 기분.
올해 결혼 21년차, 그 사이 다시 전공을 살려 상담대학원을 졸업하고 상담심리사가 되었지만,
한국 나이로 딱 50이 된 내가 아직도 느끼는 기분이다.
그동안 밤마다 내가 마신 수많은 와인은 다 어디로 간건지... 허허허
그 여인은, 단지 나의 유토피아 안 저 세상 인물인걸까?
왜 나는 지금, 그런 꽉 채워짐을 느끼고 있지 못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