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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hapsody Nov 16. 2024

무한한 가능성과 사랑의 방주

영화 리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5.0/5.0

모든 것의 소용돌이, 그 속에서 발견하는 잔잔한 사랑의 진리


_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_는  제목 그대로 모든 것이 하나로 엉키고 충돌하며 동시에 발현되는 복잡한 혼돈 속에서 새로운 차원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작품이다.  다니엘 콴과 다니엘 쉐이너트 감독은 다중우주라는 상상 속의 거대한 캔버스에, 우리 모두가 선택한 길과 선택하지 않은 모든 가능성을  그려 넣었다.


그렇게 다양한 삶의 무게와 아픔, 


그리고 그 속에 숨어 있는 사랑의 조각들이 폭발하듯 화면을 메운다.




이  영화는 하나의 다중우주 서사를 넘어 우리 삶의 의미와 진실을 탐구한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인생 속에서 선택이라는 순간을  맞이한다. 그 선택들은 수백 개의 또 다른 삶을 열어주기도, 닫아주기도 한다. 그러나 무한한 우주 속에서 중요한 것은 단 하나,  우리가 사랑하고 이해하며 품고자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그 따뜻한 연대의 힘이다. 에블린 왕(양자경 분)의 여정은 바로 이러한  진리를 담은 


대서사시로, 매 장면마다 상처와 갈등 속에서 빛나는 사랑의 순간을 그려낸다.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시각적 향연**

  

이 영화는 관객을 단숨에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 너머로 던진다. 에블린 왕의 평범한 세탁소는 하루아침에 무수한 차원의 문이 열리며, 평범함과 일상이 그를 둘러싼 무한한 가능성의 세상으로 전환된다. 영화는 정신없이 빠르게 전환되는 장면들 속에서도 시종일관 강렬한 색채와 독특한 시각적 스타일로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다중우주라는 설정 속에서, 다양한 에블린의 모습들이 펼쳐지는 장면들은 놀랍도록 독창적이다. 그녀는 우아한 무술의 달인부터 평범한 가정주부, 핫도그 손가락을 가진 별세계의 인간까지 다양한 존재로 모습을 바꾼다.

  

이러한 전환 장면들은 시각적 화려함을 넘어선 의미를 담고 있다. 각 우주는 단순한 배경이 아닌, 에블린이 선택하지 않은 삶을 비추는 거울이며, 어쩌면 그녀 내면 깊은 곳에 잠재되어 있던 욕망과 꿈을 반영한다. 영화는 이를 통해 다중우주의 개념을 단순한 장치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진 무수한 가능성,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나’에 대한 성찰로 이끈다.




**다중우주 속에서 찾는 딸과의 끊을 수 없는 유대**

  

_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_는 궁극적으로 에블린과 딸 조이(스테파니 수 분) 사이의 복잡하고도 가슴 아픈 관계를 중심에 둔다. 조이는 세상 속에서, 그리고 다중우주 속에서도 어딘가 부유하는 존재로, 스스로 정체성을 찾지 못해 방황한다. 이 모든 우주를 통해 조이가 경험한 감정은 외로움과 소외감이다. 그녀는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단 한 번도 온전히 이해받지 못하는 기분에 사로잡혀 있고, 이 감정은 그녀를 점점 더 깊은 어둠으로 이끌어 간다.

  

에블린 역시 그녀의 딸을 사랑하면서도, 세대와 가치관의 차이로 인해 조이를 온전히 이해하기에 한계를 느낀다. 이 딜레마는 그저 영화 속 한 가정의 이야기가 아닌, 현대 사회가 마주한 세대 간의 갈등과 인간 본연의 외로움을 상징한다. 모든 선택지와 가능성을 살펴본 끝에, 에블린은 결국 단 하나의 진실에 도달한다. 그녀에게 있어 진정한 의미는 딸과의 화해,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용기에서 온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모든 가능성 속에서 빛나는 작은 순간들

  

이 영화는 방대한 서사 속에서도 소소한 인간적인 순간들을 빛나게 한다. 수없이 많은 우주가 공존하는 가운데, 영화는 에블린과 조이, 남편 웨이먼드(케 호이 콴 분)가 나누는 작은 순간들을 통해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조명한다. 웨이먼드는 언제나 부드럽고 자상하며, 평화로운 해결책을 찾으려는 인물로 그려지며, 에블린에게 세상의 혼란 속에서 고요함과 화해의 상징이 된다. 그의 상냥함과 인내는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본질적 메시지를 상징하며,
우리가 소용돌이치는 인생 속에서 붙잡아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한편, 영화의 후반부에서 조이와 에블린이 돌로 변해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은 모든 소음과 다채로움을 넘어서는 고요함을 전달한다. 그 순간, 이 영화는 다중우주의 방대한 혼돈을 넘어서는, 단순하고도 깊이 있는 인간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비록 언어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서로 바라보며 존재 자체를 인정하는 그 순간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순간이다.



화려한 전환과 파편 속에서 남는 따스함

  

_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_는 끊임없이 변주하는 스토리와 스타일로 관객을 빠져들게 한다. 이 영화는 단순히 감각적인 즐거움을 넘어, 우리 삶의 깊이와 의미를 되짚어보게 만든다. 다중우주 속에서의 모든 폭력과 갈등, 다채로운 가능성 속에서도 에블린이 붙잡고자 하는 것은 가족과의 관계,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과의 연결이다.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단순한 싸움의 승리나 화려한 결말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아픔과 오해를 끌어안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진정한 용기를 발견하는 순간에 있다. 조이와 에블린은 서로를 통해 스스로의 진정한 모습을 마주하고, 어쩌면 그동안 간과해왔던 진실을 깨닫게 된다. 그 순간, 관객들은 그들이 나누는 따뜻한 포옹을 통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진정한 사랑과 화해의 메시지를 느끼게 된다.

  
우주의 무한한 가능성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

  

_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_는 우주와 시간, 모든 가능성 속에서도 인간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탐구다. 감독들은 혼란과 폭발적인 상상력을 통해 우리가 진정으로 사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야말로 모든 가능성을 초월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전한다. 우리가 수없이 많은 선택을 맞이하고, 그 모든 선택의 결과가 무수히 갈라지는 순간들 속에서도, 진정으로 붙잡아야 할 것은 내 옆에 있는 사람과의 단단한 연대와 따스함이다.

  

우리 삶 역시 이 영화처럼 어지럽고 복잡할 수 있다. 때로는 혼란스럽고 뜻대로 되지 않는 여정 속에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 함께하는 사람들이다. 모든 것을 동시에 가질 수 없다는 깨달음 속에서, 우리가 결국 손에 쥐게 되는 것은 사랑과 이해,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되는 평화다.

  

별점: ★★★★★

  

삶의 혼돈과 무한한 가능성 속에서도 끝내 사랑을 노래하는 이 영화는 우리에게 진정한 위로와 감동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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