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영화리뷰
5.0/5.0
보이지 않는 고통과 오해, 그로부터 태어난 괴물의 얼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_괴물_은 우리 내면 깊숙한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괴물’의 본질을 은유적으로 그려낸다. 이 영화는 세 명의 시선을 교차해 보여줌으로써 한 사건이 각자의 경험과 감정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느껴지는지를 입체적으로 묘사한다. 그 속에서 관객은 같은 사건이라도 시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며, 결국 진실이란 쉽게 단정할 수 없는 다면적인 존재임을 깨닫는다. 이 작품은 한편의 잔잔한 시처럼, 사건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채 괴물로 규정해버린 사람들의 불안과 오해, 그리고 깊이 묻어둔 상처를 드러내는 은유로 가득 차 있다.
어머니의 시선: 사랑과 불안, 그리고 과잉보호 속에서 피어나는 오해
_괴물_은 미나토의 어머니 사오리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그녀의 눈에는 아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 너무나도 생생하고, 그녀의 마음을 강하게 부여잡는다. 아이의 몸에 난 상처를 보고, 그녀는 즉각적으로 아들을 지키기 위해 분노하고 불안에 휩싸인다. 이 과잉된 보호 본능은 그녀로 하여금 곧바로 ‘괴물’이라 여길 대상을 찾게 만든다. 그녀의 세상은 아들을 위해 무너뜨리고 다시 세워야 할 적들로 가득 차 있고, 그렇게 호리 선생은 그녀의 두려움 속에서 괴물로 변한다.
고레에다는 이러한 과정을 서정적인 화면과 긴 여백으로 표현하며, 어머니의 과도한 사랑이 때로는 진실을 가리는 장막이 될 수 있음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사오리의 시선 속에서 드러나는 감정은 짙은 안개와 같아, 그녀는 자신의 아들을 보호하고자 하지만 오히려 그를 둘러싼 진실의 윤곽을 흐리게 만든다. 고레에다는 이러한 모습 속에서 부모의 절절한 사랑이 때로는 불안과 오해를 낳고, 그 사랑이 결국 다른 이에게 무거운 짐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조용히 상기시킨다 .
호리 선생의 시선: 편견과 오해 속에서 무너지는 소명의식
두 번째 시점은 호리 선생의 눈을 통해 펼쳐진다. 관객은 사오리의 시선에서 그를 ‘괴물’로 여겼지만, 그의 눈으로 비춰진 세상은 전혀 다르다. 새로 부임한 교사로서 최선을 다해 아이들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그는 미나토의 행동을 문제아의 징후로 바라본다. 호리는 요리를 향한 미나토의 비밀스러운 우정이 오해로 인해 갈등으로 발전하고, 결국 교사로서의 자신의
진심이 왜곡되는 과정을 겪으며 점차 소진된다.
호리의 시선은, 결국 그 역시 이 소년들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괴물’로 인식되는 이면을 비춘다. 영화는 그가 진실을 알아가면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사이에서 내적으로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으로 하여금 그 또한 타인에 의해 정의된 ‘괴물’임을 자각하게 한다. 그가 바라본 미나토는 진실을 감추기 위해 자신의 내면을 가리고 있고, 그 시선에서 미나토 또한 ‘괴물’처럼 보인다. 고레에다는 이러한 얽힘을 통해, 오해와 단편적인 시선이
어떻게 사람들을 괴물로 변질시킬 수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
소년 미나토의 시선: 이해받지 못하는 고통과 소년의 깊은 상처
마지막 시점은 어린 미나토의 내면에서 펼쳐진다. 그의 눈에는 이 모든 갈등이, 그가 숨기고 싶어 했던 비밀과 사회가 쉽게 수용하지 못할 감정에 뿌리를 두고 있다. 미나토는 요리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지만, 그 감정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한다. 미나토와 요리는 둘만의 비밀 장소에서 우정과 이해를 쌓아가지만, 그 관계는 다른 사람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그는 사회와 타인의 시선이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속에서 자신을 더욱 고립시키고, 그 고립이 점차 비극의 씨앗으로 변해간다.
그가 느끼는 내면의 고통은 자신이 괴물로 느껴지는 두려움과도 같다. 친구 요리를 보호하려는 그의 행동은 오히려 그를 오해하게 만들고, 진실을 숨기는 과정에서 갈등은 더욱 깊어진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사회가 타인을 이해하지 않고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으로 판단할 때, 얼마나 큰 상처를 줄 수 있는지를 드러내며, 미나토의 혼란과 고독 속에서 진정한 괴물이 만들어진다 .
오해와 소통의 부재가 낳은 괴물,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되는 희망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이 작품에서 진정한 괴물은 다름 아닌 소통의 부재와 편견임을 이야기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미나토와 요리가 폭풍우 속에서 서로를 붙잡고 나아가는 장면은, 비로소 서로의 내면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작은 희망을 상징한다. 이 장면은 오해와 편견을 벗어난 순수한 이해의 순간을 상징하며, 그들이 스스로를 괴물로 인식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받아들일 때 비로소 그들의 고통이 해방될 수 있음을 나타낸다.
고레에다는 이 장면을 통해, 모든 비극의 끝에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작은 시도와 손을 내미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영화는 관객에게도 묻는다. ‘우리가 만들어낸 괴물은 누구인가?’, ‘어쩌면 우리 안에 괴물이 자리하고 있지는 않은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타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뒤집어볼 기회를 준다. 결국, 고레에다는 인간 내면의 복잡한 감정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는 순간이야말로 그 모든 괴물을 초월할 수 있는 힘임을 보여준다 .
타인의 고통을 읽어내려는 눈과 열린 마음이 필요한 시간
_괴물_은 우리 안의 단단한 편견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오해를 깨부수고, 상대방의 진실을 보려는 열린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고레에다는 깊이 있는 시선으로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며, 관계와 소통 속에서 발생하는 고통을 서정적으로 그려낸다. 이는 영화가 던지는 궁극적 메시지이자, 우리가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되새겨야 할 질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