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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문 Nov 01. 2022

이별이 없는 곳에서

...'욘더'

'design your death'


욘더의 출발은 죽음에서 시작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떠 이와 남겨진 이의 그리움, 

아픔이 없는 곳.

그곳은 정말 천국일까.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곳일까.




안락사의 합법화가 가능한 미래의 시대, 심장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이후와 그녀의 남편 재훈은 안락사를 준비한다. 고통을 감수하며 수명을 연장하는 것보다 , 스스로 삶을 정리하고 떠나고 싶었을 것이다.

공감이 되면서도 , 삶을 놓는 일이 그리 쉽지 않을 텐데...슬픈 마음이 들었다. 

나라면 어땠을까.


*****

안락사 [安樂死]

살아날 가망이 없는 환자를 본인 또는 가족의 요구에 따라 고통이 적은 방법으로 인공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일





세상을 떠난 이후에게서 영상 메일이 도착했다. 

생전의 모습 그대로, 둘만의 추억이 가득한 곳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며, 자신은 그저 다른 곳으로 떠나왔을 뿐이라고 한다. 이미 육체는 사라지고  없는데... 

이후의 모습은 재현의 기억 속 그대로이다.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이후.

이후는 기억의 조작일까, 현실일까.


죽기 전 자신의 기억을 정보로 저장해서 가상의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세상. 

고통도 이별도 그리움도 없는 곳. 그곳이 욘더였다.


사랑하는 딸의 기억을 간직하고 싶었던 아버지의 마음에서 시작된 욘더. 

아버지는 딸을 만나기 위해 생을 포기해야 했다. 삶과 죽음을 연결할 수 있는 것은 죽음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죽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그곳으로 떠나간다고 생각했다.


완벽한 사이버 천국이라는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거대한 메타버스를 보는 느낌이었다. 나와 함께 했던 기억들이 살아 있는 곳, 기억 속의 사람들이 살아 있는 곳. 

나 또한 갑자기 떠난 아빠를 그렇게라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전의 아빠와 대화를 나누고 밥을 먹고 놀이동산을 가고. 그것이 가능하다면 어떤 대가라도 치르고 싶어질지 모른다.


처음엔 믿지 않던 재현은 이후와의 만남이 이어질수록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가족을 만나기 위해, 생을 포기한 어린 소녀도, 남겨진 아버지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 영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인간의 그리움은 그렇게 채워질 수는 없다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힘들고 고통스럽다.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그립고 보고 싶은 마음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처음엔 아프던 기억이, 시간이 좀 흐른 후엔 아련해지고, 언젠가는 희미해진 기억이 그리울 때가 되면,  마음에 굳은살이 생긴다. 그렇게 이별하고, 그렇게 또 살아가게 된다.




죽은 사람의 기억 속 세상, 욘더.

떠나는 사람은 자신이 잊힐까 두렵고, 남겨진 사람은 기억이 사라질까 두렵다. 욘더에서는 잊히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들이 영원히 그곳에 보존된다고 한다. 욘더에는 시간이 없다.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순간만 있기 때문이다.


영원히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던 이후는 시간이 없는 세상에서 다시 절망을 느낀다. 시간이 흐르지 않아서 영원히 자라지 않는 아기와 함께 하는 삶이 고통스럽기 때문이었다. 


욘더를 믿는 사람들은 그곳이 천국이라고 한다. 헤어짐도 이별도 없이 영원히 함께 하는 세상이니 영원히 행복할 거라고 믿고 있었다. 스스로 삶에서 죽음으로 가는 사람들. 죽어서도 함께 하고플 만큼의 그리움이, 남겨져서 감당해야 하는 지독한 외로움이 그들의 등을 밀었을 것이다. 그리움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쉽게 삶을 저버릴 수 없을 만큼의 의미가 이 생에 하나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언젠가는 사라져 버릴 것을 알기에 더 애틋하고 소중한 추억들.

꽃이 영원히 지지 않는다면 

가을이 그리 쓸쓸하게 느껴지지도, 

봄이 그렇게 설레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영원하고픈 마음 또한 너무 애틋하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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