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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문 Oct 24. 2021

힘이 되는 이름에게

위로를 배우다

MAMA  아이유의 이름에게 무대 중에서


이번에는 결코 놓지 않을게
끝없이 길었던
짙고 어두운 밤 사이로
조용히 사라진 네 소원을 알아
오래 기다릴게
반드시 너를 찾을게

-아이유의 이름에게 가사 중에서-




세상에 태어나 처음 받는 선물이 있다면 이름일 것이다.

흔한 이름이라고 투덜거렸던 내 이름도 부모님께서 한자사전을 찾아가며 고민해서 지어주신 이름이었다. 같은 반에 같은 이름인 친구가 꼭 한 명 있었던 나는 특별한 이름을 가진 친구들이 부러웠다. 소설이나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예쁘고 독특한 이름을 가진 친구들을 보면, 이름 때문에 더 예쁘고 특별해 보였기 때문이다. (지나고 보니 철없던 투정이었지만,)


내 것이라 당연하게 생각했던 이름, 가지고 있어도 소중하다는 생각도 못해본 이름이었다. 결혼을 하기 전까지는, 직장을 그만 두기 전까지는 적어도 그랬다. 친구를 만나지 않으면 그마저도 들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일 년에 한 번 내 이름 쓸 일이 없었던 것 같다. 이름이 사라지니 내가 사라진 것만 같았다.




유 퀴즈 온 더 블록 국가기밀 편에서는 목숨을 걸고 위험한 현장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 나오셨다. 

몇십 킬로그램이 되는 방호복을 입고 위험한 현장에 매번 들어가시려면 두렵지 않냐는 질문에, 누군가를 지키는 직업군의 사람들은 누구나 그런 사명감으로 일하실 거라고 말씀하셨다. 


후회와 미련 없이 살면
결단의 순간에 두려움이 없어진다.

-유 퀴즈 온 더 블록 국가기밀 편 중에서-



부끄럽지만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 우리가 당연한 것처럼 누리는 편안한 일상이 누군가의 목숨을 건 사명감 덕분이라는 사실을. 이렇게 누리는 소중한 일상을 나는 누군가를 위해 귀하게 써 본 적이 있었던가. 




MAMA 무대에서 아이유는 이름에게라는 노래를 부르며, 감동적인 영상을 연출했다.

찬란한 한 무대를 위해서 얼굴도 이름도 없이 고생하는 세션들과 이름 없는 싱어들의 이름을, 하늘에 별자리처럼 연출하였다. 이름이라는 것이 이렇게 감동적인 거구나 많은 사람들이 그 장면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나 역시 그 장면을 보고 눈물이 고였다.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는 아티스트의 마음이 노래가 되어 듣는 이들에게 가 닿는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름 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많은 분들이 계신다.

오랜 시간 묵혀 두었던 내 이름을 떠올려 본다. 

나만 생각하고 살았던 이기적인 내가 많이 부끄러워졌다. 나는 누군가를 위해 나를 희생해가며 무언가를 할 수 있을까. 그분들처럼 목숨을 걸고 사람들을 지키는 일은 하지 못하더라도, 내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와 희망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일기장처럼 내 감정을 토해내기 바빴던 글이 아니라, 부족하지만 나와 비슷한 아픔을 겪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적고 싶다는 꿈을 감히 꾸어 본다. 내 이름을 드러내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내가 힘들 때 힘이 되어 주었던 고마웠던 글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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