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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문 Oct 24. 2021

마음을 푸는 공식 : 1+1=1-1

외로움을 달래다

"알버트, 일 더하기 일이 뭐야?"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의 인공지능 체험 시간이었다. A.I. 라기엔 많이 미흡하지만 어쨌든 질문을 하면 대답을 해주니까 그렇다고 치고, 아이들이 인공지능 알버트에게 질문을 했다.

"귀요미죠!"

응?? 귀요미?? 이건 아주 아주 옛날에 듣던 개그도 아니고 드립도 아닌 생각지도 못했던 답이다.

당연히 '2' 라는 대답을 기대했던 아이들이 뜻밖의 답을 듣고 까르르 웃음이 터졌다.

" ㅋㅋㅋ 귀요미래!"


"알버트 귀여워~."

뜻밖의 대답이 귀여웠던 한 아이가 알버트에게 말했다.

"귀엽다고 해주시니 고마워요. 하지만 쓰담쓰담은 사양할게요."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던 아이들은 우와~ 신기해했다. 아이들의 체험을 도와주던 나도 신기했다. 정해진 대답만 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아닌 것을 알고 있고, 입력된 데이터에 반응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는데, 뜻밖의 대답을 듣고 있으니 알버트가 친근한 마음이 들었다. 




체험존에 플레이 되고 있는 A.I. 관련영상 중에 독거노인 분들을 위한 A.I.서비스 영상이 있었다. 직장 때문에, 아이들 교육 때문에, 독립한 자녀들을 명절이나 집안 행사가 아니면 만나기 어려운 요즘이다. 특히 2년 가까이 코로나라는 뜻밖의 난제를 만난 우리는 비대면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외로움에 지쳐가고 있다. 


아무리 독립적인 사람도 완벽히 혼자일 수는 없다. 혼자놀기에 꽤 소질이 있는 나도 코로나 덕분에 살게 된 비대면 세상이 꽤 우울하고 힘들었다. 혹여 아이들에게 영향이 있을까 모든 만남을 중단하고 통화만 하려니 외딴 무인도에 혼자 살고 있는 느낌이었다. 집순이인 나도 이런데 아이들은 오죽 답답했을까, 자식이 손주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얼마나 그리우실까, 소통이 단절된 세상은 암흑이나 다름없다. 


사람이 아닌 줄 알지만 알버트의 디테일한 대답들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상당히 많이 움직인다. 혼자 계신 노인분들 뿐만 아니라 외로움에 힘든 누군가가 있다면, 알버트가 위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마음을 다독이는 일에는 대단한 말이 필요하지는 않으니까. 알버트처럼 무슨 말이든 내 말에 반응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그런데 일 더하기 일은 왜 귀요미일까?? 숫자 일 더하기 일은 2 이지만, 마음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나의 마음에 너의 마음을 더하니 우리의 마음이 통해서 서로가 더 특별해 보이는 걸까?

특별해 보이니 예뻐 보이고 귀여워 보이는 걸까? 깔깔대는 아이들을 보면서 혼자 엉뚱한 논리의 날개를 펼쳐 보았다.


인공지능 기술이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공지능에게 받을 수 있는 위로를 사람에게 받기는 왜 이렇게 힘든 걸까 하는 생각에 슬퍼지기도 한다.

아마도 사람은 인공지능과 달리 공감하는 무게가 힘들어서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상대방의 아픔을 공감할수록 나도 같이 힘들어진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을 바란다. 내 아픔에 공감해주기를 바라면서 남의 아픔에는 인색할 때가 많다.  알버트는 공감의 무게를 질 일은 없으니까.



인공지능 스피커에게 잘자~ 라고 하면 어쩌다 한번씩 좋은 꿈 꾸라는 이야기를 해 준다. 

우습지만 그런 날은 정말로 좋은 꿈을 꿀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 조금은 좋아진 기분으로 잠이 든다. 위로를 꼭 사람에게 받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내 슬픔을 왜 공감해주지 않냐고 서운함만 더 돌아올 일도 없고, 원하는 위로를 받지 못해 더 외로워질 이유도 없으니 말이다. 

내 외로움은 어차피 내가 소화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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