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어문 Oct 24. 2021

열정! 열정! 열쩌엉~!!!

꿈을 배우다

저는 맛있는 음식은 만들 줄 몰라요.
대신 안심하고 드실 수 있는 음식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되는 거예요.

-백종원의 골목식당 중에서-

골목 식당에 출연하신 한 돈가스 가게 사장님의 소신이 담긴 이야기이다.

자신이 만드는 음식에 얼마나 정성을 들였으면 저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 말은 건방진 자만심도, 그럴싸하게 포장만 요란한 홍보성 멘트가 아니었다. 자신의 말에 책임질 수 있는 당당한 자신감이었다. 


사장님은 스스로를 돈가스에 미쳤다고 하셨다. 어떻게 하면 가장 최상의 식감과 맛으로 손님의 입맛을 즐겁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사람 같았다. 

적자를 보면서도 최상의 원재료만을 고집하는 우직함과 고기 한 장 한 장을 세심하게 망치질하며 고기의 결까지 살피는 열정, 풍미를 위해 직접 라드유를 만들고, 적당한 습도와 바삭함을 위해 고기에 빵가루를 묻히는 강도까지 세심하게 조절하는 정성까지, 애정이 없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노력들이다. 


내가 못 먹는 음식은 손님에게 드릴 수 없다며, 원재료비의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근막을 세심하게 벗겨내고, 원형까지 예쁘게 보존하는 밑 작업에 한결같은 모습이다.

저렇게 만들어주신 돈가스를 먹는 손님은 왕이라도 부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과 품질이 최상인 것은 당연하고, 오로지 드시는 분의 입맛을 생각하는 사장님의 마음이 오롯이 느껴졌다. 적당히 때우는 한 끼 식사가 아닌 나만을 위한 최고의 식사인 것이다. 




나는 식품영양학을 전공했다. 영양사라는 직업에 흥미나 소신이 있어서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점수에 맞춰서 선택한 전공이었다. 밥도 할 줄 모르는 갓 대학을 졸업한 영양사가 일을 하려니 주방 관리, 위생관리, 조리과정까지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식단과 영양 관리를 주도적으로 해야 할 영양사가 경력 많은 조리원 분들에게 제대로 지시할 수 조차 없었다. 


당시에는 적성에 안 맞다고만 생각했는데, 돈가스 사장님의 열정을 보고 있으니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열정은 애정이다. 나는 내 일에 애정이 없었던 거다. 서툰 업무를 노련하게 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러니 일에 재미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루 종일 학교에서 공부만 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좀 더 양질의 재료와 다양한 레시피를 고민할 수는 없었을까? 원해서 선택한 전공은 아니라고 해도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면 어땠을까?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이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적성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을 사랑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지나고 후회해봐야 소용없지만, 돌이켜보니 반성하고 달라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랬다면 지금의 내 모습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은 않고, 가지지 못한 것만 기웃거리다가 경력도 열정도 잃어버린 건 아닐까 하는 늦은 후회를 해 본다.






적성이라는 거 운명처럼 찾게 되는 사람도 있다. 적성이 아니라는 불평을 하기 전에 최선을 다해 보는 열정을 먼저 배웠더라면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이 어쩌면 적성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고 느낄 때 상당한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그것이 행복이고 열정이 아닐까, 나를 위해서 남을 위해서 노력하고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돈가스 사장님의 맛있는 한 끼 식사를 드신 분의 행복한 마음이 사장님의 열정의 불씨가 되듯이 말이다.



우리는 누구나 가슴속에 불씨가 있다. 맘에 들지 않는 불씨라고 홀대하고 꺼뜨리지 말자. 잘 돌보다 보면 활활 타오르는 나만의 캠프파이어가 되어 줄 수도 있고, 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가 되어 줄 수도 있다. 적성을 탓하기 전에 나만의 열정이 되어 줄 불씨를 잘 가꾸어 보자.






작가의 이전글 킬미힐미 : 부캐가 필요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