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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문 Oct 24. 2021

다시 설렘, 나에게

사랑을 배우다

'묻다'와 '품다'는
둘 다 침묵의 말들이다

'가슴에 묻는다' , '가슴에 품는다'
모두 마음의 풍경이지만

묻고 가는 것은 주로 아픔이고
품고 가는 것은 연정의 속성을 띤다.

-김이나의 보통의 언어들-


머리가 아프면 두통약을 먹고, 배탈이 나면 소화제를 먹는다. 마음에도 그런 처방전이 있었으면 좋겠다.

슬플 때는 노란 알약, 외로울 때는 파란 알약, 누군가가 미워서 괴로울 때는 하얀 알약, 그런 약이 있으면 좋겠다. 두통약을 먹고 머리가 금방 맑아지듯이, 마음 약을 먹으면 마음도 언제 괴로웠냐는 듯이 깨끗이 평온해지면 좋겠다. 하얀 알약을 먹으면 미워 죽겠는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지면 좋겠다. 파란 알약을 먹으면 한겨울에 맨발로 밖에 서 있는 것처럼 시리던 마음에 난로라도 쬐어주듯 온기가 퍼졌으면 좋겠다.


우리는 의외로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른다. 왜 슬픈지, 왜 화가 나는지 , 왜 우울한지...

김이나 님의 책에 나오는 말처럼 아픔은 묻고, 연정은 품고 가는 게 사람 사는 모습이다. 마음이 아픈 것은 잘못도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그냥 이러다 말겠지 생각하고 모른 척 아픔을 묻어 두면, 마음 밑바닥에서 그 상처가 깊어져서 나를 망가뜨린다. 약이나 알코올에 의존해서 잠시 기분이 좋아진다고 모른 척한다고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요즘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에는 다양한 감정과 이성에 관한 세포들이 나온다. 나의 감정을 주관하는 감정 세포, 이성과 현실을 담당하는 이성 세포, 사랑에 관한 일을 하는 사랑 세포, 늘 불안해하는 불안 세포, 등등. 유미의 마음과 머릿속을 바쁘게 뛰어다니는 세포들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속도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든다.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생각들이 정리가 안될 때면, 아 지금은 이성 세포가 피곤하구나! 이성 세포가 일을 할 때까지 조금만 기다리자! 뭐 그런 우스운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면 어지러운 생각과 마음이 가라앉기도 한다. 

오래 일할 기회가 없는 세포들이 다른 곳으로 유배를 간다는 스토리가 귀엽고 유쾌하지만, 묘하게 설득되는 면이 있다. 마음도 오래 사용하지 않으면 잘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설정이다. 내 마음이 왜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까 짜증 나는 순간에도 도움이 된다. 유치해 보일지 모르지만 뭐든 감정 컨트롤에 도움이 되면 되는 거 아닐까? 드라마에 따르면 나는 아직 작가 세포는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첫 브런치 북의 도전이 즐겁지만 쉽지 않다. 매일 쓰다 보면 내 작가 세포도 유미처럼 제대로 일을 해 줄까? 그런 날이 올 때까지 열심히 써야겠다. 그래서 어설픈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마음에 가 닿을 날이 온다면 그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할 것 같다. 


나를 사랑하려면 내 마음과 많은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묻어 버렸던 못난 마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마음도 또한 나이기에 소중히 대해주다 보면 아픈 마음도 조금씩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나에게 선물하는 내가 되어보자. 나를 가장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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