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라는 꿈

1. 어른의 꿈에는 비용이 발생한다.

by 디어문

학습지원강사로 근무하며 자주 찾던 학교 도서관. 책으로 둘러싸인 그곳,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공간이었다. 세계문학전집부터 한국문학전집까지, 나는 책 속의 세상이 좋았다. 책 속에선 뭐든 가능했다. 나쁜 사람은 반드시 벌을 받았고, 착하게 살면 반드시 행복해졌다. 그래서 좋았다. 현실에는 없는 권선징악이 그곳에선 상식이다. 애가 없어서 찾아보면 혼자 작은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고 한다. 그 정도면 국문학과 진학이 자연스러웠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나는 왜 한 번도 진지하게 책과 관련된 진로를 고민하지 않았을까.


우리 동네에 크고 예쁜 공공 도서관이 생겼다. 새 도서관이라 그런지 분위기도 아기자기하다. 채용 공고가 났다. 사서 채용이 아니라 기간제 근로자 채용, 그것도 6개월이다. 6개월씩 계속 채용을 한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영양사로 근무한 시간이 짧았지만, 세상에서 제일 힘이 없고 박봉에 직업만족도 바닥 치는 직업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6개월씩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하지는 않는다. 기간제 근로자 자격요건에 사서 자격증이 있다. 인건비 좀 아끼겠다고 도서관 사서를 이런 식으로 채용하는 대한민국이 케이팝의 나라가 맞나,


투덜투덜했지만 6개월 근로라도 하고 싶었다. 빠듯한 월급을 탈탈 털어 사서 교육원에 진학했다. 1년 과정을 수료해야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학습지원 강사 하며 몇 개월짜리 기간제 계약 익숙해진 지 오래고, 자격증이 있으니 근무할 수 있겠다 잠시 꿈에 부풀었다. 이력서 넣은 도서관만 10곳이 넘고 두 곳 면접을 봤다. 많은 나이에 비전공자, 흔한 컴활 자격증도 없고, 게다가 무경력 지원자를 받아주는 도서관은 아직 없다. 무경력이라고 기회조차 없으면, 경력은 어디서 쌓아야 하나, 헛웃음이 난다.


사서교육원 1년 쉽지 않았다. 오프라인 수업을 주 2회 온라인 수업을 주 1회, 중간 기말고사 외에 팀플이 반 이상이었다. 퀴즈 리포터 팀과제 시험까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었고, 고단함에 비해 뭘 배웠나 싶을 만큼 커리큘럼은 허술하고 실망스러웠다. 정사서 자격증 한 장에 들여야 하는 비용은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온라인으로 학점제 평생교육원 같은 루트를 통해서도 취득이 가능해진다는데, 가성비 마이너스의 꿈꾸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 같다.


국회에서 학교에 순회사서를 근무시키는 괴상한 법안을 발의했다. 히틀러 책을 빌리러 오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순회사서가 알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독서 교육을 할 수 있을까, 균형 잡힌 식습관이 신체 발달을 돕는 것처럼, 양질의 독서가 아이들의 마음과 지식을 건강하게 만든다. 사서 고용이 이렇게까지 불안하다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독서가 얼마나 외면당하는지 보여주는 현상이다. 내가 너무 비싼 꿈을 꾸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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