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이 있는 날에는 연희동에서 인천공항까지 차로 이동한다. 그리고 공항 직원 주차 구역에 차를 세우고 대한항공 인천 오퍼레이션 센터(IOC)로 향한다. IOC는 객실과 운항 승무원이 함께 사용하고 있다. 당일 비행 전 항공기 기종, 서비스 내용, 노선 특성, 승객 특이 사항 등 지상에서 미리 할 수 있는 비행에 관한 것을 준비하고 마지막으로 서류도 체크한다. 객실 브리핑이 끝나면 뉴욕까지 가는 승무원 25명은 인천공항 2 청사 3층 승무원 전용 게이트를 통해 뉴욕으로 갈 비행기가 주기되어 있는 탑승게이트로 이동한다.
비행기에 탑승한 모든 승무원은 본인 듀티(각주 1)에 따라 정해진 좌석(JUMPSEAT) 주변 전용 공간에 짐을 보관해야 한다. 기종에 따라 승객 짐과 함께 보관해야 할 때도 있다. 승무원의 가방에는 대한항공에서 지급한 CREW TAG이 꼭 보이게 항상 부착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부팀장 듀티 승무원의 방송에 맞추어 비행기 전체 안전 및 보안 체크를 한다. 이어 운항 승무원과 함께 합동 브리핑을 한다. 그때 비행기가 운항하는 루트와 기상 상황과 난기류(TURBULENCE) 정보를 얻는다. 그러고 나서 승객 탑승 전 서비스 용품전반이 모두 제 위치에 잘 탑재되었는지 최종점검을 한다. 기내 방송 음향 상태 점검, 청소 상태 점검, 기내 오락 시스템도 점검한다. 최종적으로 이상유무를 점검하는 것이다. 순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매 비행 꼭 해야 하는 반복되는 절차이다. 여기까지 하면 비행기는 승객 맞을 준비가 끝났다.
“자 비행을 한 번 시작해 볼까?”
승객 탑승이 완료되면 지상직원, 객실, 운항 승무원은 마지막으로 승객 수와 승무원 수 그리고 입출항서류 등을 체크하고 항공기 문을 닫는다. 탑승을 위에 연결해 두었던 탑승교가 떨어지고 항공기를 견인하는 트랙터 트럭인 토잉카의 도움을 받아 비행기가 주변 어떠한 장애물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전진이 가능할 때까지 후진한다. 비행기가 자력으로 이동할 수 있게 양쪽 엔진에 동력이 들어오면 활주로로 전진한다. 이제 관제탑으로부터 이륙허가를 받은 비행기는 가속을 시작하고 마치 독수리의 발끝이 딱 떨어져 지면을 박차고 비상하듯 이륙한다. 비행기가 기울어지면 나도 기울어진다. 비행기 안의 모든 물체도 비스듬히 고정되어 기울어져 있다. 안전벨트표시등이 꺼질 때까지 승무원도 승객도 이동이 불가하다. SEATBELT SIGN이 꺼지는 순간부터 모두 자유로워진다. 나는 그때부터 부지런히 걷기 시작한다. 그리고 걸을 때마다 나의 뒤꿈치가 살짝살짝 들린다.
전 세계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기 중에 가장 큰 비행기는 에어버스사의 380 항공기이다. 대한항공은 380 항공기를 두 개 층으로 나누어 1층에는 퍼스트 클래스 12석과 이코노미 클래스 300석을, 2층 전체는 비즈니스 클래스 94석으로 디자인했다. 비행기에서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매우 짧은 시간 내에 모든 승객이 안전하게 탈출해야 하기 때문에 기종 별 최대 좌석수는 법으로 정해져 있다. 에어버스 380 항공기의 인가된 좌석은 868석이다. 대한항공의 경우는 만석기준으로 승객 406명과 객실, 운항승무원 31 명을 포함 총 437 명의 인원이 함께 비행할 수 있다. 여기에 화물, 기내식, 연료까지 감안하면 이 초대형 항공기의 무게는 감히 상상조차 안 된다. 380 항공기는 동체 무게만 약 276.8톤이다. 시내버스 1대가 13톤이라고 할 때 약 21대의 무게다. 하늘 위의 호텔이라 불리는 이 비행기는 현재 장거리 노선 인천~뉴욕과 인천~ L.A. 를 10대의 비행기가 주 14회 이상 운항 중이다.
출처 대항항공 인스타그램
비행기 내부 객실에 유입되는 공기(각주 2)는 여러 단계의 압축을 거친다. 수분이 완전히 제거된 상태로 사막보다 건조하다. 평소 주량보다 훨씬 적은 술을 마시고도 실수를 하는 승객들이 종종 있는데 기내가 몹시 건조해서 생기는 탈수가 원인이다. 기내의 낮은 습도와 기압은 인체 감각을 30% 정도 감소시킨다. 후각은 물론 미각도 떨어지기 때문에 기내식은 맛이 없게 느껴진다. 대한항공은 서울에서 뉴욕까지 13시간 동안 2번의 기내식과 1번의 간식을 제공하는데 같은 기내식을 제공받고도 승객들의 평가는 천차만별이다. 개인의 기호도 물론 있겠지만 비행기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미슐랭 5 스타 셰프가 요리한 음식도 기내에서라면 글쎄, 충분히 그 맛을 음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서울에서 뉴욕으로 갈 때 비행시간은 13시간 남짓이다. 그런데 뉴욕에서 서울로 올 때는 15시간, 2시간의 시간차가 있다. 제트기류 때문이다. 제트기류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에 의해 발견되었다. 극지방의 대기는 차갑고 밀도가 높은 반면 적도 지방의 대기는 뜨겁고 밀도가 낮다. 밀도가 다른 두 기단이 만나면 경계면에서 압력차이로 공기의 흐름이 생기는데 이 공기의 흐름은 지구의 자전에 의해 편향되어 두 기단의 경계를 따라 흐른다. 이것이 제트기류이다. 대류권 상부 혹은 성층권 하부 영역에서 시속 100~250km를 초과해서 일관된 서풍인 제트기류는 비행기가 순항하는 9,000~10,000m 상공에서 빠르고 좁게 흐른다. 태평양을 횡단하는 비행 즉 지구를 동서 방향으로 비행하는 경우 제트기류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는다. 제트기류는 양반구에 모두 존재한다. 비행기 평균시속이 1000km이고 제트기류가 시속 200km라 할 때 서울발 뉴욕행 비행은 1200km 속도로, 뉴욕발 서울행은 800km 속도 밖에 되지 않는다. 서울에서 뉴욕을 갈 때는 제트기류를 타고 가는 것이다. 반대로 뉴욕에서 서울로 올 때는 바람의 저항을 받으며 오니까 감속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비행기가 나는 데에는 사람, 비행기, 그리고 바람까지 영향을 주고 제 역할을 한다. 승객들은 비행기를 타고 앉아서 목적지로 향하지만, 나는 13시간 남짓을 1200km 속도로 바람을 타고 20,000보 이상을 걸어 뉴욕에 도착한다. 여행지에서의 첫걸음에 나의 손길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각주 1) 기종별, 노선별, 클래스별로 차이는 있다. 각각의 승무원이 비행기에서 맡아해야 할 임무를 구역별로 나누어 놓았다. 해당 구역에서 평상시에는 승객 케어를 비상시에는 승객 탈출을 도와야 한다.
각주 2) 9,000~10,000m에서 비행하는 항공기는 내부 공기의 반은 원래 존재하던 공기를 헤파 필터(HEPA, High Efficiency Paticulate Air)로 걸러 사용하고 나머지 반은 외부공기를 안으로 들여와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