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정치인이 당신의 지역을 망치는 법

: '의자'를 지키려 '광장'을 없애다

by SOLUNA

의자의 크기를 지키려는 자, 광장을 폐쇄하다


최근 대한민국을 달구었던 대구·경북과 대전·충남의 행정 통합 논의가 결국 '무산'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지역 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고 수도권 집중 현상을 막을 유일한 대안으로 꼽혔던 광역 통합은, 결정적인 순간에 정치인들의 이해관계라는 높은 벽에 가로막혔습니다.


정치권은 '지역 여론 미비'나 '행정적 절차'를 핑계로 대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실상은 자명합니다. 통합이 되면 줄어들게 될 자신의 '정치적 영토'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계산기가 미래 세대의 생존권보다 앞선 것입니다. 이는 비단 오늘날 우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200년 전 중남미에서도 똑같은 비극이 있었습니다.


정치인의 계산기가 망쳐버린 '거대한 꿈'


우리가 사는 중남미의 역사는 '통합'이 얼마나 거대한 가능성을 품었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정치적 탐욕'에 의해 어떻게 난도질당했는지를 생생하게 증언합니다.


1. 중앙아메리카 연방 공화국(1823~1841): '작은 왕'이 되려 했던 카우디요들 오늘날의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니카라과, 코스타리카는 본래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며 '중앙아메리카 연방 공화국'이라는 단일 국가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이 원대한 연합은 각 지역 정치 군사 지도자들인 '카우디요(Caudillo)'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산산조각 났습니다. 수도였던 과테말라 시티의 영향력이 커지자, 다른 지역 정치인들은 "과테말라에 예속되느니 우리끼리 하겠다"며 지역 이기주의를 선동했습니다. 각 지역 엘리트들은 거대 국가의 일원이 되기보다 자기 동네의 '절대 권력자'로 남는 쪽을 택했고, 결국 중앙아메리카는 글로벌 무대에서 힘을 잃은 채 빈곤과 갈등의 소국들로 전락했습니다.


2. 그란 콜롬비아(1819~1831): 시몬 볼리바르의 눈물과 찢겨진 영토 '해방자' 시몬 볼리바르는 남미 북부를 하나로 묶어 미국에 대적할 만한 강대국을 만들려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파나마를 아우르는 그란 콜롬비아입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와 에콰도르의 지역 실권자들은 보고타 중앙 정부의 통제를 받는 것을 극도로 혐오했습니다. 그들은 "지역의 특수성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속내는 자신들의 지역적 기반과 경제적 이권을 나누기 싫었던 것입니다. 볼리바르가 병마와 싸우며 통합을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은 그를 '독재자'로 몰아세우며 각자의 영토를 떼어 나갔습니다. 볼리바르는 죽기 직전 "우리는 바다에 쟁기질을 했다"는 절망적인 말을 남겼고, 그가 꿈꾼 강대국은 세 조각으로 찢겨진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unnamed.jpg


정책의 '골든타임', 놓치면 후손에게 죄를 짓는 일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중앙에 집중된 인프라를 지방으로 과감히 분산하여 지역의 자생력을 키우려는 '지방 시대' 정책의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기회발전특구 지정, 공공기관 이전, 그리고 파격적인 세제 혜택 등은 수도권의 거대한 인프라가 지방으로 흐를 수 있게 하는 물꼬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적 이득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지방 스스로가 '체급'을 키워야 합니다. 잘게 쪼개진 행정 구역으로는 거대 기업의 유치나 대규모 국책 사업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 통합이라는 그릇을 만들어 정책의 흐름에 신속하게 올라타지 않는다면, 우리 지역은 영원히 변방의 낙후된 도시로 남게 될 것입니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의자 크기를 지키기 위해 통합의 고속도로를 막아서는 사이, 우리 후손들이 누려야 할 수조 원대의 인프라 편익과 일자리는 허공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정책 실패를 넘어, 미래 세대의 '생존 사다리'를 걷어차는 매국 행위와 다름없습니다.


통찰은 선동을 이깁니다


우리가 글을 쓰고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정치적 수사 뒤에 숨은 추악한 '이권'을 국민들이 직접 읽어내게 하기 위함입니다.


중남미의 찢겨진 지도는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치인이 지역 감정을 자극하고 통합의 불씨를 꺼트리려 할 때, 우리는 질문해야 합니다. "그 반대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후손들에게 물려줄 '더 큰 대한민국'을 위해, 우리는 지금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 미래의 가치를 선택하는 혜안을 가져야 합니다. 역사는 기록할 것입니다. 누가 미래를 열었고, 누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미래를 닫았는지를 말입니다.


역사의 파편에서 오늘의 길을 찾습니다.


정치적 선동의 언어를 걷어내고, 경제와 인문학, 그리고 글로벌 시각을 통해 세상을 더 깊게 들여다보고 싶으신가요?


저의 티스토리 블로그 [태평양 너머의 시선]에서는 중남미 현지에서 바라본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부터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대안 중심의 심층 분석까지, 브런치에서 다 못다 한 더 뜨거운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습니다.


지금, 더 넓은 시야를 경험해 보세요. � [태평양 너머의 시선 바로가기 (https://soluna71.tistory.com/)]

작가의 이전글[증권]코스피 6,000 돌파는 천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