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싶었던 한마디

by 숙단

숙단(淑旦)

‘이겨야 하는데, 지면 어떻게 하지’. 걱정 반, 염려 반.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두 시간 반을 달려 모 법원에 도착했다. 시계는 아직 한 시간 반이나 남아 있었다. 평소 맛있게 먹던 밥도, 즐겨 마시던 커피도 이날만큼은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머릿속은 하나의 생각만 가득했다. 승소.

작년 지인을 통해 승산이 낮은 사건을 우리 법인이 맡게 되었다. 심판에서 허무하게 패소했지만,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제기한 소송이 진행될수록 희망의 불씨가 살아났다. 막판에는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가능한 모든 자료를 모아 제출했고, 변론을 마친 뒤 긴 기다림 끝에 선고일을 맞이했다. 결과에 대한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선고 10분 전 법정에 들어섰다. 숨죽인 듯 고요한 분위기.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재판장을 기다리는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 길게 느껴졌다. 선고 시간이 다가올수록 호흡이 가빠졌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머릿속에는 그동안의 준비 과정과 노력, 두려움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드디어 아홉 번째인 우리 차례가 왔다. 낭독한 말 중에 "취소한다"라는 한 단어가 법정에 또렷하게 울렸다.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이겼다 이겼어. 앞에 앉았던 상대방의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가슴속으로 조용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던 우리는 법정 밖으로 나와 서로에게 “수고했다”, “잘됐다”를 연발했다. 그동안 쌓였던 긴장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실패 뒤에 얻은 성공이라 더 값지고, 보람되었다. 고진감래란 말이 이럴 때 쓰는 거구나.

재판장의 한마디는 세상 어떤 말보다 아름답게 들렸다. 다소 익숙한 목소리였지만, 이번만큼은 울림이 깊었다. 그토록 기다린 한마디였다. 그 목소리는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지금껏 어떤 위로나 격려보다 더 큰 감동으로 남아 있다.

이 승소는 단지 한 사건의 결말이 아니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것, 그 과정과 결과 모두가 우리에게 희망이자 보람이었다.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출발점이다. 그 한마디에서 우리는 다시 시작한다.

작가의 이전글작은 실천이 건네는 일석삼조의 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