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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두 Apr 23. 2023

02. 소풍의 마무리가 아쉬움이 되지 않도록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 지구별 소풍]

   어릴 때는 죽음이 막연하고 멀게만 느껴졌다. 솔직히 죽음이 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작년 6월에 키우던 강아지가 죽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 같다. 죽으면 이렇게나 딱딱해지는 거구나. 몸이 점점 돌덩이처럼 굳어가는데도, 아직 온기가 남아있어서 마치 잠을 자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일까? 그 후 한동안은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아서, 집에 가면 강아지부터 찾았다. ‘아 맞다. 이제 없구나, 정말로 죽었구나.’     

           


1) 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예전에 학교에서 죽음이 무엇인지에 대해 토론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물리적 죽음이 진짜 죽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들로부터 잊혀갈 때 비로소 완전히 죽게 되는 건 줄 알았다. 위인들은 아직도 사람들로부터 언급되니까,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누군가로부터 계속 기억된다는 건 아직 죽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죽은 건 그냥 죽은 거다, 죽으면 그걸로 끝.    


            

2)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까요?     


   강아지가 골골거리는 날이 많아졌을 때쯤, 예전에 읽었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가 문득 떠올랐다. 고등학생 사쿠라는 췌장암을 가지고 있었고,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학교에서는 병에 걸린 걸 비밀로 하고 평범하게 다녔지만, 클래스메이트에게 들키고 만다. 그녀는 그저 같은 반 친구에 불과했던 주인공과 함께 해보고 싶은 일을 하며 죽는 날을 기다렸다. 그런데 예정된 날짜가 다가오기도 전에 교통사고로 죽는다.

      

  인간은 생각보다 쉽게 죽지 않지만, 또 무척 쉽게 죽기도 한다. 우리는 우리가 죽을 때를 예측할 수 없다. 태어난 순서가 빠르건 느리건, 재산이 많건 적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공평하다.  

    

    “네가 소풍을 다녀온 것처럼 사람들은 모두 지구별에 소풍을 온 것이란다. 그래서 천상병이라는 아저씨가 이런 시를 노래했단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 지구별소풍 -   


   우리가 이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을 마치 소풍처럼 생각하라고 했다. 소풍이 너무 즐거운 나머지 집에 가기 싫겠지만, 그래도 가장 편한 곳은 집이 아니겠는가? 죽음은 편하게 자고 쉬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즐거운 시간은 언제나 빨리 지나가는 법, 우리의 즐거운 소풍도 생각보다 빠르게 끝날 것이다. 그러니 집에 갈 때 아쉬움을 남기지 않으려면, 사는 동안 최선을 다해 즐겨야 한다. 입고 싶은 옷 입고, 먹고 싶은 음식 먹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소풍을 만끽하자. 더 많은 추억을 남기자.           

* 소풍 후에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는데, 생각처럼 잘 그려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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