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애플 넣은 태초 된장 소스
오전 9시 집을 나섰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천상 가을 한 날이다.
쨍쨍한 햇살은 부지런히 곡식과 과실들을 익히느라 열을 뿜뿜내며 최선을 다해 자기 몫의 일을 하고 있다.
그늘을 골라 가며 선선한 바람을 만끽하며 파인애플을 사러 우리 동네에서 젤 큰 마트에 들렸다.
작년부터는 음식을 만들면서 소량 사용하던 설탕을 가능한 사용하고 싶지 않아서 자연에서 단맛을 찾고 있다.
양파를 덖어 카라멜징 된 것을 갈아 단맛을 내면 제법 괜찮은데, 단맛에 강하게 길이 든 아이들 입맛과 어른이어도 단맛을 찾는 걸 보면 눈이 번쩍 뜨일 천연 단맛이 필요했다.
예전에 큰 마음 먹고 소불고기를 정성들여 온갖 양념으로 맛을 내고, 전날에 행사가 있어 사용하고 남은 파인애플을 넣어 재어 두었다가 저녁에 맛있게 먹으려고 아무 생각없이 바글바글 끓이고 그릇에 담아 내는데, 이게 뭔일이지? 고기의 흔적이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너무 당황했었다. '세상에~ 이게 뭔 일이지? 누가 고기만 다 건져 갔나?' 싶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파인애플이 소화제 역할을 할 정도로 단백질이나 지방을 녹여 소화되기 쉬운 상태로 바꾸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파인애플로 듬뿍 재어 놓은 소불고기 건더기가 흔적도 없이 녹아 버렸던 것이다.
그때 생각이 나서 콩도 단백질이고 이미 발효가 잘된 된장이긴 하지만 소화에 도움도 더 되고, 파인애플의 상큼한 단맛을 더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시도해 보기로 한 것이다.
상큼하고 단 냄새가 물씬 나는 파인애플을 사들고 와서, 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믹서기로 곱게 갈아 1차 성공했던 된장 소스에 넣어 보니, 놀라운 맛이다!
그동안 부족하다 생각 되었던 단맛이 확~ 올라가면서 그냥 퍼 먹어도 짠맛도 거의 없고 된장의 거부감도 전혀 없다.
된장의 짠맛은 단호박과 양파로 잡았고 거기에 파인애플로 상큼한 단맛이 첨가되니 아이들도 맛있게 먹을 것 같다. (아이들 입맛 공략은 조카들에게 테스트를 해 봐야겠다.)
완성시킨 "파인애플 태초된장 소스"를 언니에게 맛보이고 피드백을 받아 보려 한다.
야채찜을 양상추에 싸서 먹어보니 내 입맛엔 정말 맛있는데, 언니가 어떻게 반응할지가 기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