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2일/브런치 작가신청이 통과되었다.
브런치 작가신청 통과
올해 들어 최초로 받은 최총합격 통보. 스타벅스에서 책을읽던 중 무심히 뜬 알람을 보고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고 눈을 가렸다. 남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잦은 불합격 통보로 멘탈이 힘겨웠던 내게는 너무 큰 감격으로 다가왔다. 사실 주말에 신청에서 월요일에 연락이 없길래 떨어졌단 생각을 하고 수정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기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오늘도 내가 느끼고 배운 것들을 브런치에 적어내려가려 한다.
노가다 알아보는 법?
이번에도 득달같이 새벽에 일어나 역으로 달렸다. 요즘같이 일교차가 큰 때에는 달리다 보면 추위에 양 볼이 저미어 오는데 일하다 보면 땀이 차서 겉옷을 벗게 된다. 어찌되었건 오늘도 역까지 도착해 스크린 도어를 보며 옷매무새를 가다듬는다. 사실 노가다꾼들은 대중교통 이용 시 서로를 알아본다. 노가다인들은 복장 때문에 등산객과 구분하기 힘들지만 이 기준으로 보면 충분히 구별 가능하다. 뭔가 희안한 두건과 팔토시, 등산복에 익숙치 않은 브랜드의 등산화. 그리고 뭔가 신발과 옷이 들어가있을것 같은 빵빵한 가방을 새벽에 메고 있다면 그사람은 틀림없이 오늘도 현장에 출근하는 건설역군일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확실한 기준은 표정. 우리는 일하러 가기 때문에 표정이 주로 어둡다. 등산객들은 이미 지하철에서부터 하하호호 이야기꽃을 피우지만 우리는 피와 땀을 먹고사는 노동의 꽃(?)을 피워야 하기에 죽상을 하고 지하철에 탄다. 매일 좌석에 앉아 인터넷 뉴스를 보며 오늘도 건설현장에서 누군가 돌아가셨다는 기사를 보면서 출근하기에 가끔은 비장한 표정을 지을 때도 있다.
밥은 잘 먹고 다니냐?
밥은 주냐고 묻는 걸 보면 사람들은 노가다가 다들 만리장성을 쌓던 고대 중국인들이나 피라미드를 쌓는 이집트 노예들로 생각하는 것 같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의 저자 장승수 변호사님이 노가다 뛸 때는 정말 죽도록 일하고 빵에 우유를 먹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 현장은 꽤나 그런 부분은 잘 챙겨준다. 간식으로 캔커피와 보름달을 주는 곳도 있다. 오히려 집을 나와 사는 나같은 사람은 집밥같은 노가다 함바집에 가고 싶어서 현장일을 하기도 한다.
정신없이 밥을 먹다가 아차 싶어서 사진을 찍었다. 별로네?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매일매일 오리고기며 제육볶음이 나와서 이날은 가자미 튀김이 나온 것 같다. 계속 돼지고기만 나오면 성질내는 분들도 계시기 때문이다. 사실 화룡점정은 귤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노가다 하시는 분들 중 혼자사는 남성 비율이 높은데 이런 훌륭한 비타민C 공급원은 흔치 않다.
현장에서 무슨 일을 하나?
현장 종류마다 다르겠지만 지방선거와 대선 이후로 서울의 재건축 규제가 많이 풀렸다. 때문에 주로 아파트 재건축 토건 현장에 주로 출근을 한다. 오늘은 신호수를 봤다. 보통 현장에 가봐야 내가 보통인부를 할지 신호수를 할지 결정되기 때문에 떨리는 마음을 안고 출근한다. 현장 내 포크레인과 같은 중장비 하나 당 한명의 신호수가 배당된다. 때문에 배당된 중장비에 신호를 주고 주변에 근로자가 못들어오도록 안전거리 확보를 주업무로 한다. 때로는 현장에 들어온 살수차나 레미콘 차량에 대한 신호를 보내 길을 알려주고 안전을 확보하기도 한다.
'어? 그럼 노는거 아니야?'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세멘트 나르고 삽질을 하지 않으니 땀나는 업무가 아닌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산재 사고를 보면 신호수들의 협착 사고가 무척 많다. 실제로 일주일 전, 창원에서 여성 신호수 분이 사망하기도 했기 때문에 무척 위험한 업무이기도 하다. 저번날에는 원청 토목팀장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조심해, 죽는거 보면 다 빨간 하이바 쓰고 있더라" 그 한마디에 등허리에 땀이 주르륵 흘렀다.
노가다에 대한 오해들
적지 않은 기간동안 많은 현장을 돌면서 일했지만 노가다에 대해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들이 많은 것 같다. 떄문에 내가 여지껏 들어온 노가다에 대한 질문들로 마무리해야겠다.
Q. 노가다는 갈 때까지 간 사람들이 하지 않나요?
A. 전혀 그렇지 않다. 내가 만난 용역들은 강남 거주민들부터 명문고 졸업생까지 모두 다양했다. 개인적으로 젊은 분들중엔 꿈이 있는 사람들이 노가다를 한다. 작곡가, 전기기사, 건설사 입사 등 모두 사연은 다양했다. 물론 전업으로 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다. 사연을 들어보면 도박 및 알콜중독자와는 거리가 먼 올해 딸이 기획사에 들어가 무척 자랑스러운 평범한 가장인 경우가 적지 않다.
Q. 일이 너무 위험해서 걱정되네요.
A. 맥도날드에서 일하면서 생각보다 조리과정이 깨끗해서 놀랐고, 의무소방으로 복무하며 소방업무가 생각보다 안전해서 놀랐다. 건설업이 타 업종에 비해 위험할 수는 있지만 생각만큼 위험천만하지 않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안전관리자들이 수시로 현장 점검하고 화재위험 때문에 아무곳에서나 담배를 필 수도 없고 소화기가 설치된 흡연장에서만 흡연이 가능하다.(물론 나는 담배 안펴서 애연가인 그들이 괴롭다) 앞서 말했든 중장비에는 신호수가 모두 배치된다. 영세현장은 잘 모르겠지만 대형 건설사가 발주한 현장 기준으로는 운전이 더 위험한 것 같다.
Q. 험악한 군대식 분위기 아닌가요?.
A. 절대 아니다. 현장에서 나이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이상 초면에 반말하시는 분은 잘 없다. 특히나 직영반장도 아닌 같은 용역끼리는 반말하면 나도 반말하면 된다. 절대 군대식 분위기는 아니라고 확신한다. 적당히 담배도 피고 얘기도 하는... 몸으로 하는 조모임같은 분위기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