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꾼이 신촌에 온 이유는?
빌린 도서를 반납하러 2주 만에 학교를 찾았다.
다행스럽게도 휴학생 신분이라 학교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건 무척 감사한 일이다.
물론 더 이상 학교에 존재하면 안 되는 학번이기에 주말을 이용해 몰래 다닌다.
사실상 신촌의 ‘디멘터’가 아닐까?
일요일 아침 7시 반의 신촌은 삭막하다.
특히 날씨가 영하로 떨어져서 그런지 사람이 많이 없다.
간판 작업을 하는 양중 크레인과 근로자들만이 담배와 함께 하루를 시작했다.
당연히 일요일 근무에 안전모를 쓸 일은 없다.
대학생활을 하며 단 한 번도 신경 쓰지 않았던 풍경이 유난히 낯설고 정겹게 다가온다.
사실 학교생활을 깊게 생각하지 않고 매 순간 충실하지 못했던 것 같다.
당시 나에게 학교는 오면 기 빨리고 힘든, 빨리 퇴근해야 할 곳이었다.
때문에 학교 도서관의 풍부한 간행물들, 윤동주 시인의 육필로 쓰인 글과 아름다운 장소들을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
전역하고 캠퍼스를 거닐며 혼자 그것들을 즐기는 데, 일찍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지 생각하곤 한다.
그래도 졸업 전에 정기 간행물실에서 내면을 다지는 공사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베트남 음식 '맘맘 테이블'과 고민하다 결국 서민의 친구 '꼬숑 돈가스'를 선택했다.
2016년에 막 신촌 새내기가 되고 나서 친구와 함께 먹은 적이 있다.
가격만 1000원 올라 4000원이 된 것만 빼고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가게 내부를 보니 점심시간 땀을 뻘뻘 흘리며 백양로를 가로질러 허겁지겁 뛰어갔던 기억이 난다.
돈가스는 결코 적지 않은 양이이기에 배불리 먹었지만 신촌까지 왔으니 호기를 부리고 싶어 요즘 꽂힌 스타벅스 나이트로 바닐라 크림을 마셨다.
사실 이상한 부분에서 감성적이어서 신촌을 좋아하지 않는다.
골목 구석구석 그때 함께한 누군가와의 추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빨리 신촌을 벗어나야 할텐데...
저널리즘 수업이 끝나고 글쓰기 수업을 기다리고 있다.
때문에 여유가 많아 여러 책을 읽고 있다.
최근에 읽은 AI관련 책들과 스페이스X의 역사를 다담은 책은 노가다 가는 지하철에서 계속 읽을만큼 흥미로웠다.
하지만 별 계획없이 냅다 책만 읽으라고 던져진 상황이 지루하고 견디기 힘들기도 하다.
다음 주 화요일부터 알음알음 택배배송 업무를 할 것 같다.
워낙 바쁜걸로 유명해서 거의 기획보도 ‘팔콘배송’이 될 것 같은데 주제가 ‘노가다 갤러리아’인 만큼 열심히 땀흘리고 현장을 담아내고 싶다.